재테크도 "다리품"을 들이기 나름이다.

자동차부품업체에 근무하는 김호경씨(33).

입사4년차 신출내기 사회인이지만 직장에선 "부동산 귀재"로 통한다.

김씨는 지난 4월 경매를 통해 서울 방배동에 있는 빌라를 전세값 수준으로
구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씨가 경매를 알게된 것은 지난해 8월.

전세집(오금동)이 직장(사당동)과 멀어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출퇴근이 불편한데다 두살박이 딸이 뛰어나니기엔 12평 전세집이 너무
좁았다.

김씨는 경매를 통하면 주택을 싼 값에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부동산에 대한 안목도 키워볼 요량이었다.

김씨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을 감안, 비교적 값이 싼 빌라와 연립주택
을 전략종목으로 선택했다.

유찰회수가 많아 시세의 50~60% 정도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낙찰받은 후 전세집을 빼면 추가적인 부담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고려했다.

김씨는 우선 일간신문에 공고되는 경매입찰물건표를 모았다.

휴일을 이용, 관심을 끄는 물건의 현장을 방문했다.

짬짬히 시간을 내 경매진행 과정도 살피고 의문점이 있으면 컨설팅업체에
문의도 했다.

어느정도 안목이 생긴 후부터는 "입찰모의훈련"에 들어갔다.

이는 입지여건 건축연도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낙찰가에 가장 가까운
가격을 써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마음속으로 감정가를 미리 예단해 보고 예상낙찰가를 산출하는 작업을
되풀이 했다.

처음에는 예상낙찰가와 실제낙찰가와도 오차도 많았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
부터는 근사치에 접근시키는 "감"을 잡게 됐다.

방배동 빌라(감정가 7천만원)가 3회 유찰돼 경매(최저경매가 3천6백만원)로
나온 것은 이때쯤이었다.

이수중학교 인근에 위치한 이 물건은 지하철 방배역과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주변이 대단위 빌라촌을 형성, 입지여건도 괜찮은 축에 속했다.

김씨는 현장을 방문, 교통 학군 등 여러가지를 체크했다.

법원기록에는 17평형이라고만 기록돼 있었지만 서비스면적이 많아 실제면적
은 족히 24평쯤 되어 보였다.

또 한두개동 짜리 일반적인 빌라와는 달리 1백여가구가 살고 있는 중규모
수준이란 점도 맘에 들었다.

IMF이전에는 8천5백만원을 호가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알짜배기 물건임을 확인한 김씨는 최저경매가보다 6백만원이 많은 4천2백만
원에 입찰했다.

경쟁이 만만찮은데다 물건도 좋아 비용을 더 들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씨는 1백만원 차이로 낙찰받게 됐다.

"다리품"을 들인 만큼 수확을 얻은 셈이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