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실장 '폭풍 SNS'…AI 혁명론 띄우는 까닭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글을 개인 SNS에 쏟아내고 있다. 주말인 지난 11일 A4용지 5장 분량으로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12일에도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지난달 이후 김 실장이 SNS에 올린 글은 총 12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AI가 주제였다. AI 혁명 시대 반도체 수요와 국가의 역할 등을 주로 설명했다.

대통령 핵심 참모인 김 실장이 거의 매주 ‘AI 혁명론’을 주장하는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AI와 반도체를 우리 사회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려는 게 주된 의도라는 평가다. 김 실장은 지난달 28일 ‘미래를 논한다면 반도체부터 말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 공론장이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반도체”라고 했다. 최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는 “정책을 고민하는 분들과 교감하자는 차원”이라며 “외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소모적 사회 논쟁에서 벗어나 AI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게 국가 전체에 도움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남광주 반도체 팹 투자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이재명 정부 최대 업적으로 삼으려는 국정 운영 기조와도 부합한다. 김 실장이 AI와 관련해 작성한 글은 적잖은 논란을 불렀지만 사회적 토론의 계기가 됐다. AI발(發) 국민배당금 제안, 양극화 심화 등을 비롯해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상황을 “성공의 비용”이라고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핵심 참모의 확신에 찬 일방적 공개 주장이 의도와 달리 정책당국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상황 인식을 명확하게 보여줘 공직 사회가 정책 기조를 빠르게 이해한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정책실장의 확신이 건전한 토론을 되레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김 실장은 글에서 “소모적 논쟁과 끝없는 절차에 발목 잡히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식으로 강한 주장을 펴왔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정책실장이 저렇게 확신에 차 앞서가는데 어느 장관과 일선 공무원이 리스크 관리를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