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대비 감산 돌입

"셧다운 땐 100조 손실 예상"
삼성전자가 노동조합 총파업을 1주일 앞두고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사실상 감산 체제에 들어갔다. 파업 참가 신청자가 4만3000명을 넘어서 반도체 라인 전체가 멈춰서는 ‘셧다운’ 우려가 커지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공정 위주로 재편하는 비상관리(웜다운) 작업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 시 발생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에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한 번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단순한 생산량 감소를 넘어 숙련공 부족에 따른 품질 이슈가 제기되면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제조 공정 전면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 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삼성전자 '대화 제안 거절'한 노조…재계 "긴급조정권 발동 불가피"
경제 6단체 '파업 반대' 성명 검토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1주일 앞두고 정부와 사측이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노조 측이 이를 단칼에 거절하며 사태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선 국가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노사 간 직접 대화를 나누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이 결렬된 지 하루 만에 다시 대화 재개에 나선 것이다. 중노위도 이날 노사 양측에 16일 2차 사후조정 회의 재개를 권고했다. 사후조정은 조정 종료 후에도 분규 해결을 위해 실시하는 절차다. 위원장의 권고를 당사자가 수용할 때 성립된다. 회사와 중노위가 총파업 현실화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을 제안한 것이다. 중노위가 제시한 중재안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실적 1위 달성 시 성과급(OPI) 외 영업이익의 12%를 재원으로 특별포상 지급, 2026년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지속 적용 등의 보상책이 포함됐다.

하지만 노조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노조 측은 이날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를 재차 요구하며 “15일 오전 10시까지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직접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없을 경우 적법한 쟁의행위인 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총파업 강행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산업계에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절차다. 발동 시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즉각 중단되고 중노위가 직권 조정에 착수한다.



상황이 악화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도 삼성전자 파업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가동률 저하가 국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영업이익 배분’ 요구는 산업계 전체의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 기본급 인상 중심이던 노사 협상의 축이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 확보와 이익 공유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순이익의 20%), 카카오(영업이익의 10%), HD현대중공업(영업이익의 30%), LG유플러스(영업이익의 30%) 등 주요 제조사와 정보통신(IT) 기업에서도 “회사가 번 만큼 돌려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채연/곽용희/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