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불확실성 커져미국이 한국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들어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고율의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철강업계는 추가 관세와 원산지 검증 강화까지 겹치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계도 공급망 재편과 제품 수요 둔화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원산지 검증·통관심사 강화 땐
납품 지연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정부와 함께 “한국산 철강 수출은 중국의 공급 과잉이나 우회 수출과는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산지와 용해·주조 이력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범용재보다 자동차 강판, 전기 강판, 방산·원전용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받고 있지만 301조를 카드로 메모리 공장 신설 등 현지에 추가 투자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한국 기업이 공급자 우위에 있어 관세를 매기면 자국 빅테크의 부담이 커져 관세 부과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였지만 한국산 부품과 일부 차종에 대한 관세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는 부품 공급망이 복잡해 원산지 검증 강화만으로도 납품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관세뿐 아니라 현지 생산 확대와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배터리업계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이미 미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는 관세 인상 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진원/김채연/신정은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