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해결 못하는 트럼프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illiam A. Galston WSJ 칼럼니스트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물가 상승과 생활비였다. 지금도 그렇다. 생활비 문제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미국인이 62.2%나 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그에게 이민, 범죄, 외교 문제보다 생활비 문제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생활비 문제를 강조하는 것을 민주당의 ‘사기’이자 ‘날조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생활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공화당 정치인은 미국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서 커진 물가 불만

얼마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지난해 8월 선거운동에서 그는 유권자에게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빠르게 물가를 낮추고, 미국을 다시 살기 좋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키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그는 “생활비 문제를 굳이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보다 내 임기 때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목표로 하는 2%보다 높다. 얼핏 보면 1%포인트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계속 3%일 때는 물가가 24년마다 두 배가 되고, 2%라면 36년이 걸린다.

특히 주거비(월세와 주택담보대출 비용)는 작년보다 3.6%나 올랐다. 올해 미국 내 주택 보험료는 평균 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도 올해 초 이후 평균 11% 올랐다.

생활필수품도 마찬가지다. 커피의 평균 가격은 파운드당 9.14달러로 1년 전 6.47달러에서 상승했다. 소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2.3% 오른 파운드당 6.64달러를 기록했다.

낮은 관세 필요

일상에서 경제적 여유가 줄면서 사람들은 놀이공원이나 영화관 대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여가를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조차 크게 상승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바마케어 보험료는 내년엔 26%나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기간에 제공된 세금 혜택이 연장되지 않으면 본인 부담 비용은 11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소고기, 바나나, 커피 등 일부 농산물 관세를 철회한 것은 관세가 물가를 올린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관세 철폐는 긍정적인 출발이다. 하지만 더 많은 분야에서 관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 주택 건설 비용을 높이는 건축 자재의 관세를 없애고, 건설 노동자들이 부족하지 않도록 이민 정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료 비용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함께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가 상승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그냥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제 Trump Isn’t Beating the High Cost of L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