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EU 탄소국경...기업 탄소데이터 관리, 시험대 오른다[2026 ESG 키워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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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은 EU CBAM의 전환 기간을 끝내고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해다. 지금까지는 분기별 보고만 하면 되었지만, 2026년부터는 연1회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하고 데이터 검증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의 탄소 데이터 관리와 공급망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한경ESG] 커버 스토리 - 미리 보는 2026 ESG 키워드 ④ EU CBAM
2026년은 CBAM의 전환 기간(준비 기간)이 끝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해로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분기별로 탄소배출량 보고만 하면 되었지만, 2026년 1월 1일부터는 연 1회 매년 5월 31일까지 전년도분에 대해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하며 금전을 지출해야 한다. 데이터 검증 의무도 까다로워진다. 본격 시행 시점에는 탄소누출 위험이 높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향후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CBAM 비용은 단순히 탄소세율을 곱하는 것이 아니라 EU 탄소가격과 제품 생산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가격(K-ETS)의 차액을 지불하는 구조다. 납부액은 제품의 내재 배출량(embedded emission)에 EU 무상 할당량을 뺀 값을 EU 탄소가격과 K-ETS 탄소가격 사이의 차이값과 곱해 나온다. EU 탄소가격은 EU-ETS의 주간 평균 경매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K-ETS 탄소가격은 K-ETS를 통해 지불한 가격이지만, 국내에서 무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4년 10월 3일 발표된 CBAM 이행 규정 추가 이행 법안은 CBAM 신고인 및 등록부에 관한 것으로, CBAM 신고인 승인 신청 등 절차, 보증 및 승인, 취소, 데이터 보호, CBAM 등록부 구성 및 보안, 데이터 보호 등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6년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 국내 규제 해당 기업은 CBAM 공인 신고인 자격을 당장 취득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공인 신고인(Authorized Declarant)만이 EU로 CBAM 대상 품목을 수출할 수 있다.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면, EU 현지 수입업체와 협력해 CBAM 등록부(registry)에 수입자 등록이 완료되었는지 즉시 확인해야 한다.
또 규제 해당 기업은 CBAM 대상 제품의 내재 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내재 배출량은 CBAM 대상 제품의 단위 제품당 온실가스배출량 개념이다. 배출량 보고 시 유의할 점은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가 채택한 ‘사업장 단위’가 아닌 CN 코드별 ‘제품 단위’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CBAM에서 허용하는 방식을 활용해 생산 제품 1톤당 배출량 환산 과정이 필요한데, 공정이 복잡해 적절한 산정 방식을 찾을 수 없는 경우, 동일 생산라인에서 여러 제품이 생산되는 경우 등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EU가 허용하는 수준의 적합한 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실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 EU에서 제시한 기본값 및 추정값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2026년부터는 공장 실측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거나 최악의 경우 수출이 막히게 된다. 전과정평가(LCA) 기반으로 원료 채굴부터 제품 생산까지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내부 측정·보고·검증 시스템(MRV)을 완성해야 한다. 원자재의 탄소 데이터도 필요한 만큼 공급망에 CBAM 양식에 맞춘 탄소 데이터를 요구해야 한다.
또 2026년부터 제출하는 모든 보고는 EU가 인정한 공인 검증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연말과 연초에는 검증 수요가 몰려 검증기관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섭외해야 한다.
EU CBAM은 원칙적으로 EU-ETS와 연동된다. 유럽 현지 기업들이 EU-ETS에서 무상으로 받는 배출권의 수준과 유럽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에 따라 우리 기업의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과 유럽의 ETS 무상 할당 수준 및 탄소가격의 차이에 의해 CBAM 대응 부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탄소 데이터 본격 요구하는 2026년
2026년은 연습이 끝나는 해다. 특히 제품 생산에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업계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CBAM은 단순히 세금을 낸다는 차원을 넘어 탄소 데이터를 증명하지 못하면 수출 자체가 타격을 받는 관세장벽이다.
CBAM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기후 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샌드백과 E3G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EU CBAM 인증서 부담액은 2026년 약 9000만 유로(약 1349억 원)에서 2035년 약 3억4000만 유로(약 5096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촘촘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최근 EU 규정 개정 움직임에 따라 소량 면제 기준이 기존 ‘건당 150유로 미만’에서 ‘연간 누적 중량 50톤 이하’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규모 수출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이므로 해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