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명 돌파 후 연장…상하이 황푸강에 떠오른 오르세의 보물들

[arte] 배혜은의 차이나 아이코닉

상하이 푸동미술관
《근대를 창조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온 예술의 보물》展
여름의 파리, 특히 오르세 미술관의 시계 앞은 늘 인파로 붐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들, 에펠탑과 노트르담을 오가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물결은 파리의 상징하는 풍경일 것이다. 그 뜨거운 열기가 지금은 황푸강을 끼고 선 상하이 푸동미술관으로 옮겨왔다.
[차례대로] 푸동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 사진. ©배혜은
푸동미술관《근대를 창조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온 예술의 보물》전시 포스터
푸동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근대를 창조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온 예술의 보물(Paths to Modernity)》 전시가 단순히 오르세 미술관의 명작들을 집결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미술관 문을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드러난다. 모네의 <인상, 해돋이> 속으로 들어가는 VR 체험, 반 고흐의 색채에서 영감을 얻은 매너커피의 신메뉴, 동방명주와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협력해 황푸강에 띄운 ‘상하이의 별·푸동미술관 오르세호’ 유람선, 그리고 첸탄공원샹(前滩公园巷)에서 열린 ‘위대한 예술가 축제’ 마켓까지—전시는 이미 미술관을 넘어 황푸강과 도시 공간 전반으로 확장되며, 예술·체험·브랜드·관광이 교차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상하이의 별·푸동미술관 오르세호’ 유람선 내부 / 출처. 푸동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황푸강에 띄운 ‘오르세호’ 유람선 / 출처. 푸동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미술관 1층에서는 ‘파리 1874·인상파의 밤—몰입형 탐험’ VR 체험(티켓 별도 구매)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은 모네의 <인상, 해돋이>, 르누아르의 <파리의 소녀>, 드가의 <다림질하는 여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며,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기념품샵 옆에 마련된 중국 커피 브랜드 매너커피 카페에서는 반 고흐의 <아를의 방>에서 영감을 받은 금귤 레몬 아메리카노가 판매된다. 두 잔을 주문하면 해당 작품이 프린트된 에코백을 받을 수 있어 예술적 경험이 일상 속 브랜드와 맞닿는다.
매너커피와 푸동미술관 오르세 전 콜라보레이션 / 출처. MANNER COFFEE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이벤트적 확장은 전시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6월 19일 개막 이후 두 달여 만에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하며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연장되었고,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금·토·일요일 운영 시간을 밤 10시까지 늘렸다. 상하이를 찾은 한국 관광객들 또한 아트 여행 코스에 오르세 전을 포함시키며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푸동미술관《근대를 창조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온 예술의 보물》 전시 현장 / 사진. ©배혜은
이번 전시는 오르세가 중국에서 연 최대 규모로, 1840년대부터 20세기 초까지 100여 점의 걸작을 한데 모았다. 아카데미즘,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나비파에 이르기까지 오르세 소장품의 주요 예술 사조를 망라한다. 반 고흐의 <아를의 방>과 <자화상>,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 모네의 <건초더미, 여름의 끝>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려든다.
[좌] 반 고흐의 &lt;자화상&gt;(1887) [우] 반 고흐의 &lt;아를의 방&gt;(1889) / 사진. ©배혜은
푸동미술관《근대를 창조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온 예술의 보물》 전시 현장 / 사진. ©배혜은
이와 동시에 푸동미술관에서는 중국 현대 미술가 겸 영화감독 천이페이(陈逸飞, 1946–2005)의 대규모 회고전 《시대의 이페이(时代逸飞)》도 진행 중이다. 유화, 스케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중국적 정서와 서구적 미학의 융합을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오르세 전이 ‘근대성의 창조’를 보여준다면 천이페이展은 ‘중국 미술의 현대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교차점을 형성한다.

푸동미술관에서 시작된 오르세 열풍은 오는 9월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2025.9.20.~2026.1.25.)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고, 이어 푸동미술관에서 펼쳐진 오르세 전시를 감상한 뒤, 다시 서울에서 오랑주리-오르세 특별전을 만나는 여정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 여행을 완성하는 듯하다.

서로 다른 공간과 맥락 속에서 오르세 소장품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이 지닌 시대적 울림과 문화 교류의 의미를 더욱 깊이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 앞에 서면, ‘예술’이란 낯선 세계와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배혜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