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세 가지 시선으로 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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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1
황조은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관광객의 눈에는 도시의 화려함이 먼저 들어온다. 대표적인 명소, 맛있는 음식, 잠시 쉬어갈 만한 공간이 여행의 중심이 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경복궁, 남산타워, 전통시장이 첫인상이 되는 것처럼, 나 역시 방콕 하면 늘 야시장과 강변이 떠올랐다. 이런 경험으로 도시가 친근해지지만, 그 속에 숨은 다른 면모는 놓치기 쉽다.
일하러 온 사람은 도시의 흐름을 본다.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거리와 산업, 경제의 움직임 등 관광 동선에서는 보이지 않던 질서와 속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머문 방콕의 중심 업무 지구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의 흐름으로 짜여 있었다. 화려한 경관보다 ‘일이 생산적으로 돌아가는가’로 인상이 결정된다.
오래 생활하는 사람은 또 다른 부분을 본다. 집 근처 편의시설, 병원과 학교의 접근성, 안전한 환경 같은 생활 조건이다. 여행이나 출장에서 받은 좋은 인상이 장기 체류의 이유로 이어지려면 여행 중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일상의 기반이 얼마나 튼튼한지가 중요하다.
K열풍 속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다. 관광객에게는 경복궁과 한강, 쇼핑이, 출장자에게는 여의도와 테헤란로, 거주하려는 사람에게는 살기 좋은 동네와 생활 인프라가 각기 다른 ‘한국의 인상’을 만든다. 한 도시의 이미지는 한 장의 사진이나 한 번의 방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즐기러, 누군가는 일하러, 또 다른 누군가는 살아보기 위해 오며, 이들의 시선과 경험이 겹쳐 도시의 진짜 모습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 도시의 자부심이자 동시에 국가 차원의 숙제가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경험은 도시를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관광객이 본 풍경, 출장자가 겪은 업무 환경, 거주자가 확인한 생활 여건은 각각 다른 기준이지만 모두 도시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런 평가가 쌓이면 도시가 무엇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외부인의 다양한 시선은 도시의 현재를 점검하고, 다음 변화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