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 4개의 사건…中 산업화 이면 파헤친 '천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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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저렴한 공산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다이소나 쿠팡에서 편리하게 구매하는 물건 중 상당수가 중국산 제품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타오바오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다 보면, 어떻게 그렇게 저렴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특히 어떻게 그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물류가 대륙을 가로질러 오는지,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디선가 저렴하게 값이 매겨진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어렴풋한 대륙의 삶의 풍경에, 구체적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 영화가 바로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이다.
거부할 수 없는 '하늘이 정한 운명'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
지아장커의 카메라는 많은 대사 없이도 중국 대륙의 고도성장과 그 이면을 포착한다. 개발되어 가는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민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반복적으로 한 프레임에 담긴다. 영화는 말하지 않고 보여주며, 그 이미지 속에서 폭력의 징후를 발견하게 한다. 어떤 영화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10년이 훌쩍 지나도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는데, <천주정>은 그렇게 세월을 견뎌내는 힘을 지닌 영화다.
정대건 소설가·감독
[영화 '천주정'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