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확장의 끝판왕 팝마트, 피규어에서 놀이공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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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배혜은의 차이나 아이코닉노란빛 네온사인이 빛나는 매장 안으로 발길이 이끌린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작은 상자를 들고 신중하게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있다. 누군가는 탄성을, 누군가는 탄식을 내뱉으며 상기된 얼굴로 또 다른 상자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이 모습은 중국 최대 피규어 전문 브랜드인 '팝마트(Pop Mart)’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중국 최대 피규어 전문 브랜드 '팝마트 (Pop Mart)'
디즈니, 해리포터, 마블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진행
본토 아티스트 발굴 및 독창적 캐릭터 피규어 제작·유통
라부부, 디무, 스컬판다 등 캐릭터 피규어의
다양한 컨셉으로 브랜드 정체성 세워나가
장난감을 넘어 소장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 자리 잡아
팝마트는 디즈니, 해리포터, 마블,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와 협업할 뿐만 아니라, 본토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이 창조한 독창적인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유통하는 중국 회사다. 한국에서도 팝마트의 인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서울 코엑스, 마포, 용산, 홍대 등 8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가 소장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 라부부(Labubu)는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을 찾아왔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모여 팝마트는 2023년 말 기준 연 매출 63억 위안(한화 약 1조2406억원), 순이익 11억9000만위안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공개할 수 있었다. 이어 2024년 방콕에 새로 개장한 오프라인 매장은 첫날 매출만으로 500만 위안을 돌파하며, 팝마트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귀여움에 죽고 귀여움에 산다”는 말이 젊은 층의 모토로 자리 잡은 요즘, 가방에 키링이나 인형을 달고 다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의 캡슐 토이(가챠)가 최근 열풍을 일으키듯, 팝마트의 상품도 철저하게 블라인드 박스의 형태로 판매된다. 랜덤이라는 '불확실성’은 깜짝 선물과 같은 즐거움을 제공하며, 이는 젊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추구하는 신선함, 자극, 그리고 즉각적인 만족을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온전한 피규어 시리즈를 원하면 온라인에서 세트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굳이 불확실한 확률에 기대를 거는 것은 현장에서 소비하는 행위, 그 자체가 짜릿함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작고 귀여운 물건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종종 있는데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팝마트의 설립자 왕닝(王宁)이 있다. 1987년생인 중국 청년 사업가 왕닝은 베이징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후, 베이징대 상업 및 예술연구센터를 설립해 후배들이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의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껏 돕고 있다.
우리 모두가 팝마트의 소비자이기도 하며, 팝마트가 현재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출신 아티스트 케니웡(Kenny Wong)이 창작한 몰리(Molly) 캐릭터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년 캐릭터 디무(DIMOO), 사이버펑크 문화를 반영한 스컬판다(Skullpanda) 등 독특한 캐릭터 피규어의 다양한 컨셉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팝마트는 자신들의 제품을 '아트 토이’라고 부른다. 예술적 감각이 녹아든 디자인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소장 가치를 지닌 일종의 '오브제’로 자리 잡았다. 평범한 사물이라도 예술적인 상상력을 통해 강렬한 현실로 재창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술적 아이템, 팝마트가 그 아이템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쓸모없을지라도 실용성을 뛰어넘어 '즐거움’이 가장 큰 가치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