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시화하는 제2 중동붐, 경제위기 극복 디딤돌 삼아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그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한국 투자는 총 300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른다. 규모도 크지만 원전, 방위산업, 금융투자, 문화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양국은 원전에선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원전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원전 수출 시장도 공동 개척하기로 했다. UAE는 이를 위한 금융투자도 약속했다. 이를 기념해 어제 윤 대통령은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 현장이자 양국 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 시설을 방문했다.방산 분야에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다목적 수송기 공동 개발에 합의했고, 현대로템은 K2 흑표 전차 100대 판매 협의에 들어갔다. 아크부대를 중심으로 한 군사협력을 방위산업 전반의 협력 단계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6개 사업, 총 300억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를 결정한 것과 비슷하다. 바야흐로 ‘2차 중동 붐’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이유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 우리가 중동 건설 붐에서 위기 탈출 계기를 잡았듯이, 지금의 글로벌 복합위기 폭풍을 넘어설 기회가 중동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한·중동 협력은 양자가 서로를 꼭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 부국들은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해 신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을 강력한 파트너로 정하고 있다. 2009년 건설 계약 이후 내년까지 4기가 준공될 UAE 바라카 원전 등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부·민간 모두 위기 극복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는 각오로 한·UAE 간 협력적 관계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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