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3년 9개월여간 지켜졌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유예(모라토리엄) 약속이 계속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2017년 이후 첫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지난 20일 발표한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 능력을 크게 높이는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ICBM은 고강도 전략 도발에 해당한다.
북한이 그동안 이를 중단해 왔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아직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핀으로 여겨졌다.
문재인 정부도 북한이 핵실험·ICBM 시험발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로 간주해 왔다.
북한은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2018년 4월 20일 노동당의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인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결정했고 이를 현재까지 지켜 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시 보고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겠다"며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도 천명했고, 이후 해외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당시 북한이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리토리엄에 나선 것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 및 제재 해제 등의 조치를 받아내기 위한 선제적 행동 성격이 컸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확보한 핵 능력과 안전보장 조치를 교환하는 담판을 벌이기 전 '도발 중단' 카드를 내밀어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대형 도발을 자제해 안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후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모라토리엄을 대미 '신뢰구축'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꾸준히 강조하면서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가 조미(북미)사이의 신뢰구축을 위하여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조치들을 취한 지난 2년 사이에만도 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이라고 언급한 데서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위배되는 도발 행위를 북한이 스스로 자제한 것에 보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컸다.
미국과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20일 보도된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모라토리엄 철회 카드를 본격 꺼내 들었다.
미국에 대해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열흘 만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재개해 모라토리엄 파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예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바, 관련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것에도 이런 상황 판단이 엿보인다.
한편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는 불가피하다.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추가도발에 대해 중대조치를 경고하는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제재결의 2397호에는 추가도발에는 유류제재를 자동으로 추가 발동하겠다는 일종의 '유류 트리거 조항'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