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에 중학교 졸업장…학업의 꿈 다시 펼친 만학도들

남인천중고 27일 졸업식…졸업생 461명 평균 60대
안타깝게 배움의 시기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졸업장을 품에 안게 됐다.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오는 27일 오전 중학교 224명과 고교 237명 등 학생 461명의 비대면 졸업식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중학교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64세, 고교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62세다.

올해 최고령 졸업생인 임재석(87)씨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모두 겪은 역사의 산증인이다.

12남매 중 다섯째인 임씨는 인천에 올라와 부두 노동자로 일하며 가족 생계에 보태느라 학업을 잇지 못했다.

결혼 후 얻은 두 아들이 5살과 7살이 되던 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아내까지 백혈병으로 숨지는 비극을 겪으면서 그는 외동딸과 단둘이 살아왔다.

임씨는 의지해왔던 딸이 독립하자 자신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

주안 문해학교에 다니며 초등 과정을 마쳤고 주안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남인천중학교 교사를 통해 중학교에도 입학했다.

임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주변의 편견을 의식하지 않을 만큼의 도전정신만 있다면 나 같은 80대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며 소회를 전했다.
형수와 시동생 사이인 황규순(70·여)씨와 최기덕(71·남)씨도 나란히 고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의 꿈을 이뤘다.

황씨는 어릴 적 공장 일과 야학을 병행하며 주경야독했지만 24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서 졸업을 하지 못했다.

시동생인 최씨가 동사무소에서 가져온 학교 홍보물을 보고 학교에 함께 입학한 두 사람은 2년간 같은 반에서 공부하며 학업을 마쳤다.

최씨는 고교 진학을, 황씨는 사회복지 관련 전공의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미국에 건너가 50년 가까이 살다가 배움의 꿈을 이루고자 귀국한 오옥자(75)씨도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

1984년 학생 7명으로 출발한 남인천중·고교는 저소득층 자녀와 만학도들이 중·고교 정규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다.

올해까지 졸업생 1만6천104명을 배출했으며 이 중 성인이 6천888명(42.77%)을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