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쫓다 '마초의 힘'?…미투 2차 가해에 입닫은 국민의힘

이준석 "사적 대화"…"김지은에 유감" 이수정엔 남초 커뮤니티 비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보도와 맞물려 '미투 2차 가해' 논란이 일었지만, 국민의힘은 사흘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사적 통화이기에 공적인 심판대에 설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그 이면에서는 미투 운동에 부정적인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1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씨의 녹취록은 사적 대화 영역에 해당한다"며 "안희정 씨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많은 주체들이 많은 대화를 했을 것이지만, 그중 이런 것들이 노정(露呈)돼 실제 피해자인 김지은 씨에게 이차적인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김씨의 발언이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전날 김지은 씨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 "더 드릴 말씀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지은 씨가 2차 가해를 주장하며 김건희 씨의 진심 어린 사과를 공개 요구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침묵 모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윤 후보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대남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선대위 개편 후 이대남 공약으로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가부 폐지' 등을 공격적으로 내놨다.

이에 힘입어 지지율 회복세로 돌아선 이상 굳이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선대본부 여성본부에서 고문을 맡았던 경기대 이수정 교수가 SNS에 김지은 씨에 대한 사과를 한 것을 두고도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교수는 고문직에서 사퇴했다.

실제로 당 내부 조사에서도 김건희 씨 녹취 공개 후 윤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결국 여성을 포함한 중도층 표심에서 멀어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사적인 대화가 의도치 않게 전국민에 공개된 상황은 유감이더라도, 공인인 이상 잘못된 발언으로 상처 입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아니냐는 것이다.한 의원은 통화에서 "사적 대화가 불의의 의도로 공표됐지만, 후보 부인이라는 공인의 말이라 국민의힘 입장으로도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피해자가 듣고 상처받았을 만한 부분에 대해선 유감이든 마음을 표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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