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와인 넣고 팔팔…'공짜 안주' 홍합,겨울 홈파티 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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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0
홍신애의 계절의 맛
자그마한 양식 홍합
토종은 손바닥만해
붉은빛 도는 암놈
더 달고 진한맛 내죠
지중해 담치와 토종 홍합
지중해 담치 양식이 흥하면서 토종 홍합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값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식재료였던 지중해 담치가 우리 식탁을 독차지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토종 홍합이 다시 등장했다. 울릉도가 큰 역할을 했다. 청정낙원 울릉도의 특산물 홍합밥에 들어가는 홍합은 다르다, 자연산이다, 이름이 ‘섭’이다 등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산 홍합’이 화두가 됐다. 전국 해녀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섭’이라 불리는 토종 홍합은 홍합의 대명사가 돼버린 지중해 담치와 구별하기 위해 ‘참담치’라고도 부른다. 섭은 외모부터 남다르다. 다 자란 것은 어른 손바닥만큼 크다. 껍데기는 돌덩이처럼 두껍고 모양은 대체적으로 둥글다. 껍데기엔 따개비가 붙어 있는 것이 많고 살 안쪽까지 파고든 이끼 등 이물질을 제거하기도 만만치 않다. 흔히 홍합은 해감이 필요 없다고 하지만 섭은 찬물에 담갔다가 겉면을 문질러 씻고 안쪽까지 닦아내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손질이 까다롭지만 먹어보면 그 쫄깃함과 단맛은 지중해 담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토종의 맛이다.
홍합에도 암수가 있다
나는 홍합 먹을 때면 친구들 것까지 껍데기를 발라 살만 앞에 대령하곤 한다. 이렇게 친절해지는 이유는 사실 더 맛있는 걸 먹으려는 꼼수라는 걸 살짝 밝힌다. 홍합은 살색으로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연한 오렌지빛을 띠는 게 암놈(적황색), 우윳빛으로 허연 게 수놈(유백색)이다. 붉은빛이 도는 암놈이 더 달고 진한 맛을 낸다.토종(섭)이든 외래종(지중해 담치)이든 홍합 요리법은 매한가지다. 제일 좋은 건 탕으로 끓이는 거다. 물에 다시마 한 장 넣고 홍합을 우르르 쓸어넣은 뒤 팔팔 끓이다가 홍합이 입을 벌리면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조금씩 넣고 불을 끈다. 마지막에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홍합탕에 칼국수면을 넣고 팔팔 끓여내면 시원한 홍합 칼국수가 간단히 완성된다.
서양식 홍합탕은 여러 종류가 있다. 홍합과 마늘을 함께 볶다가 화이트와인과 생크림을 넣고 끓여낸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식 홍합스튜가 유명하다. 크림과 와인, 홍합이 만들어낸 시원한 국물은 의외의 꿀 조합이다.
손님 접대용으로 좋은 요리는 홍합솥밥이다. 잘 씻은 쌀에 물을 붓고 뚜껑을 연 채로 끓이다가 물이 졸아들기 시작하면 홍합으로 윗부분을 가득 메운 뒤 밥솥 뚜껑을 닫는다. 이후 약불로 서서히 가열하다가 홍합이 전부 입을 벌리면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이렇게 완성된 홍합밥을 손님상에 낼 때는 살만 발라내 밥 위에 얹는다. 달래나 냉이를 다져넣고 만든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보는 재미에 고소한 냄새, 씹는 맛까지 완벽한 삼위일체를 느낄 수 있는 메뉴다.
홍합의 옛 이름 중 하나는 ‘동해부인’이다. 원산지와 외모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다정함이 느껴진다. 동해부인을 가까이 두고 따끈한 요리와 함께 건강하게 겨울을 나시기를!
홍신애 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