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시공사·발주처·감리업체 유족 찾아 합동 사과

"보상 문제 유족뜻 충실히 따르겠다"…유족, 협의체 구성키로
"사고 당시 안전 요원 배치했고 순찰도 돌았다"
대형 인명피해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의 시공사·발주처·감리업체 측이 1일 유족 앞에서 합동으로 사과했다.물류창고 시공사 '건우',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감리업체 '전인씨엠' 대표 3명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화재 현장 인근 '피해 가족 휴게실'이 마련된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았다.

회사 관계자 10여명과 함께 단상에 올라온 이들은 먼저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이상섭 건우 대표는 "화재 원인을 떠나 이번 사고 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한 시공사 대표인 제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대책이 이른 시일 안에 마련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재헌 한익스프레스 대표는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분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께 먼저 애도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공사와 감리업체와 협력해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유족 앞에 나선 한상규 전인씨엠 대표도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죄했다.

이날 업체 관계자들의 합동 사과 현장에는 유족 100여명이 참석했다.업체의 사과문 발표가 끝나자 유족 사이에서 구체적인 사고 수습 계획, 장례 절차, 보상 등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업체 측은 "어떻게 보상한다고 하더라도 치유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유족들 뜻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화재 당일 안전 요원을 배치했는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감리업체 대표는 "당일 안전 요원을 배치했고 순찰을 한 것으로 안다"며 "희생자 중에 안전 요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과문 발표를 끝낸 3개 업체 관계자는 사고 대책 등을 묻는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체육관을 떠났다.

이들 가운데 이상섭 건우 대표는 전날에도 체육관을 찾아 유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연신 사죄했다.

그러나 그는 5분도 안 돼 회사 관계자들에 이끌려 체육관을 빠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대책을 말하라"며 이 대표의 뒤를 쫓다가 이 대표가 쓰러지면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가구당 1명씩 대표를 뽑아 가족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협의체는 사고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 등을 위해 시청, 업체 관계자들과 협의에 나선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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