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증선위 '삼바 분식 혐의 논쟁' 14일 매듭짓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변수'

금감원 "물산 합병위해 가치 부풀려"
삼성 "회계법인 요구로 협의안 도출"

유가증권 시총 4위·소액주주 8만명
상폐 결정 땐 시장 타격 클 듯
▶마켓인사이트 11월11일 오후 4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최종 결론이 오는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내려질 전망이다.최대 쟁점은 회계처리 변경의 고의성 여부다. 증선위가 지난 7월 공시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적 분식’으로 결론을 내리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위반으로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을 뿐 아니라 재차 검찰에 고발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즉시 매매정지와 함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주식시장에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최종 결론 날 듯

금융당국 관계자는 11일 “14일 열리는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재감리 조치안을 제출한 뒤 두 번째 심의인 이번 증선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이 의견을 진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심제가 필요하면 즉석에서 금감원과 대질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금감원은 재감리 조치안에 두 가지 지적사항을 담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기존안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2012년부터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이 같은 혐의로 과징금은 6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아졌고, 회사와 대표이사 검찰 고발 및 대표이사 해임 건의도 조치안에 포함됐다.

내부 문건 최대 변수로

지난달 31일 증선위에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부 문건을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으로 제출한 것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15년 하반기 작성된 이 문건은 내부 고발자가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변경을 하기 앞서 통합 삼성물산(삼성물산+제일모직)이 옛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사업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했다는 대목이 있다. 금감원은 이 대목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리게 된 목적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의 내부 문건은 기존 삼성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고의성을 확정짓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문건에는 회계처리 변경이 미래전략실의 지시가 아니라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요구로 협의안을 도출했다고 명시돼 있다.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대외적으로 회사의 실질가치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할 것’이란 대목은 의도적 가치 부풀리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증선위에서 가려야 할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위반 여부인데 정치적 압박으로 본질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회사가 위법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도 고의적으로 위법한 회계처리를 했다고 확정짓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말했다.상장폐지 가능성 있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했다고 판단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는 즉시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유가증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증선위의 검찰 고발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때는 상폐 대상이 된다. 금감원 조치안에서 산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도별 최대 위반 금액은 4조원 수준으로 지난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자본총계) 3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사에서는 회사의 실적, 영업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는 8만175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물량은 1424만 주로 9일 종가 환산 시 5조2398억원 규모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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