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규제개혁' 외쳤지만…규제 1만개→1만4000개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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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주년 -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직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꾸렸다. 규제 심사와 정비를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을 지원하면서 “불투명한 규제 환경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비록 등 떠밀려 시작한 것이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의욕적으로 규제개혁을 밀어붙였다. 규제의 50%를 폐지한다는 목표로 부처별로 ‘일정 비율 이상 등록 규제를 줄이라’는 의무를 할당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도 기조를 이어갔다. 총리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새로 마련하고 민관 합동 규제개혁 기획단을 설치했다. 지금 기준으로도 강도가 센 ‘규제총량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규제 상한선을 둬 그 이상의 규제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부처의 비협조 등으로 도입 선언 2년 만에 폐기됐다.
보수 정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각각 ‘전봇대’와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지만 규제는 늘어만 갔다. 2009년 1만2905개이던 규제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1만4889개까지 늘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5년에도 1만4000개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말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부터 규제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는 올 1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유전자 치료 등 38개 분야에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일부 금지 사항만 적시하고 원칙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를 도입하기로 했다. 융합 신기술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됐다.
하지만 규제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개를 줄이는 식의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