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청송] "굴뚝 없이 우뚝 서자"…교통 오지를 '산악스포츠 메카'로 바꾼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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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이다 - '국제 힐링도시' 경북 청송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1960년 8만명서 현재 인구 2만명
주왕산·주산지 등 천혜의 조건…지리적 불리함을 관광자원으로
2011년부터 세계빙벽대회 개최…세계 20여개국 선수단 찾아
주왕산 인근 대규모 한옥촌 조성…컨벤션센터 없이도 '마이스' 육성
청송이 관광과 힐링을 겸한 휴양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해마다 관광객 200만명이 몰리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중반부터다. 청송감호소에 가려졌던 주왕산과 주산지 등 빼어난 자연경관이 부각돼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푸른 소나무(靑松)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송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다.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자신의 저서 《택리지》에 “청송의 주왕산은 골이 모두 돌로 이뤄져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며, 샘과 폭포도 지극히 아름답다”고 썼다.
문제는 주왕산과 주산지 등 지역 내 명승지를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청송이라는 도시 브랜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은 주왕산과 주산지를 둘러본 뒤 숙박을 위해 안동과 영덕 등 인근 시·군으로 빠져나갔다. 청송이 보유한 자연경관의 혜택은 정작 다른 시·군이 봤다.
군청을 비롯한 행정기관이 밀집한 청송읍에선 지금도 한낮에 거리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떠들썩한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청송의 최고 번화가인 청송읍 인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5500여명 남짓이다. 읍에서 1㎞만 나가도 산과 계곡이 나타난다. 청송군이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선정하는 ‘슬로시티(slow city)’에 뽑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편한 교통 탓에 기업들의 외면을 받아 굴뚝 하나 없이 잘 보전된 자연자원도 강점이 됐다.
청송군이 세계적인 힐링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또 다른 분야는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다. 청송엔 국제회의를 열 대형 컨벤션센터가 없다. 마이스산업을 위해서는 컨벤션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겠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마이스 중에서 청송군이 주력하는 분야는 ‘기업회의’와 ‘포상관광’이다. 빼어난 자연환경을 앞세워 문화시설 및 농촌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청송군은 2013년 주왕산 근처에 대규모 한옥 펜션인 민예촌을 조성했다. 여기에 국내 1위 리조트기업인 대명그룹이 내년 말까지 주왕산 인근에 객실 314개를 갖춘 콘도와 스파, 체험농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청송대명리조트를 지을 계획이다. 한 군수는 “풍부한 자연환경에 더해 대규모 숙박시설까지 갖춰지면 조만간 연간 관광객 300만명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송=강경민/오경묵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