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 박 대통령 진의는?

쉬운 수능 유지하며 선발 방식 자율화
창조경제 기조 맞춰 다양한 인재 배출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대학이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년 수능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지난 2년간은 수능 출제 오류가 반복됐다”며 “교육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별고사 부활?…'확대해석 경계'

대학별 고사 부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에 자율권을 주자는 것이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갑작스러운 정책 기조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 ‘원칙’을 재확인하고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학들이 수험생들을 줄 세워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서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해나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꿈과 끼’를 강조했다. 이는 옛 본고사 같은 형태의 대학별 고사 부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꿈과 끼' 강조…수능 변별력 논외

그렇다면 변별력과 자율권은 어떻게 구현하게 될까.

일각의 예상과 달리 수능은 크게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 수능은 ‘물수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수학B형 만점자는 4.3%로 1등급 기준(4%)을 웃돌았다.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란 의미다. 영어 만점자도 3.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하지만 중장기 방향을 다루는 수능개선위원회의 관점은 다르다. 수능개선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건 상위 1~2% 수험생에만 초점을 맞춘 얘기”라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부적 난이도 조정과는 별개로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의 ‘쉬운 수능’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점차 수능이 자격고사 성격을 띠면서 대입에서 수능 변별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대신 수시모집 전형의 대학별 고사나 면접, 서류평가 등에서 대학의 자율권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창조경제' 이룰 다양한 인재 양성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대학에 자율을 줘 선발방식을 다변화,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밑그림이 그려진다.

수능개선위 위원인 김종우 양재고 교사는 “대학이 국·영·수 위주의 획일화된 잣대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다양한 능력과 소질에 맞게끔 뽑아야 창조경제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대학이 평가도구를 다양화하는 쪽으로 대입정책의 큰 틀이 짜일 전망이다. 교육 당국은 각 대학의 건학이념, 인재상, 사회적 수요 등을 대안적 기준의 사례로 제시했다.

기존 대입전형 중에선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전형)이 이런 방향과 부합하는 편이다. 성적만으로 줄 세우지 않고 개별 대학의 건학이념과 인재상, 개별 학생의 가정 형편과 성장 환경 및 목표,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한 교육계 인사는 “국민적 공감대는 ‘입시로 아이들 너무 잡지 말자’는 것 아니냐. 학교교육 정상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면서 “수능처럼 점수로 줄 세우거나 우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기존 전형요소 외에 여러 기준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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