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의 시작은 유언장 작성부터

정봉진 < 삼성패밀리오피스 과장 >
고객과 상담을 하다보면 가업과 자산을 온전히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말과 의욕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 자녀가 미덥지 못하다거나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업무가 바빠 나중에 해도 늦지 않겠거니 하는 생각도 많다. 결과론적 얘기이지만 준비되지 못한 가업승계는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돼 창업주의 뜻이 희석되고 만다.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는 제일 손쉬운 방법이 유언이다. 유언은 단순히 사망 전에 가족에게 남기는 말이 아니다. 가업승계의 출발점이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언의 방식과 특징에 대해서 좀 알아보자. 유언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자필증서와 공정증서가 가장 일반적이다. 민법에서는 녹음, 비밀증서, 구수(구술)증서까지 인정하고 있다.

자필증서는 작성이 편리하지만 상속인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위조나 변조, 은닉 등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공정증서는 2명의 증인이 참여하고 변호사 등의 공증인이 유언의 내용을 작성하는 등의 절차로 인해 공증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사후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며 공증사무실에 공정증서를 동시에 보관하기 때문에 위조, 변조, 멸실 등의 위험이 없어 다른 유언장에 비해 법률상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증인과 함께 녹음을 통해 유언을 남긴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 등을 작성한 증서를 봉인하고 2명 이상의 증인에게 자신의 유언임을 확인받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말로 구술하고, 그중 한 명이 그 내용을 필기하고 낭독한 후에 각자가 서명 및 날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유언의 방식은 아니지만 유언신탁 서비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은행 보험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받고 유언장 작성 및 상속문제에 대한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는 제도다. 생전에는 신탁을 통해 서비스를 받다가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유언신탁 계약서가 유언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가져 가입자의 유언에 따라 상속자산을 후손들에게 배분할 수 있다.

일부 유언방식은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 법원에 검인신청을 하는 등 약간의 절차도 필요하다. 유언은 그 무엇보다 신중하게 작성돼야 한다. 따라서 상속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정봉진 < 삼성패밀리오피스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