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쇼크'…경제민주화만 고집하다간 표 다 날아갈라

대선후보 '성장' 카드 왜 꺼내드나
朴, 위기상황에선 안정감 주는 게 필요
文, 내부적으로 성장공약 마련 검토중
安, 5~10년 내다보는 장기플랜 곧 발표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성장카드를 꺼내든 직접적인 배경은 3분기 성장률 쇼크다. 분기별로 3년 만의 최저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1.6%)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화두만 고집할 경우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상당수 유권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카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1일 “경제가 위기상황일수록 집권 여당 주자로서 책임감과 함께 안정감을 부각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상대적으로 방점이 찍혀졌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같은 높이로 맞춰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최근 ‘성장’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이나 최근 이틀 연속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투트랙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심은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이 조만간 공개할 경제공약에 어떻게 구체화되느냐다. 캠프 내부에선 그동안 박 후보가 제시했던 창조경제론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경제공약의 큰 틀을 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후보 캠프 공약단은 우선 성장공약의 큰 테마로 ‘잠재성장률 확충’을 제시할 방침이다. 성장 공약을 짜고 있는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2%대 초반, 내년에는 3% 선이 유지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아야 경기가 단기 급랭하더라도 곧바로 원위치로 복귀할 수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박 후보가 집권하면 현재 3%대 중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4.5%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성장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하겠다”며 “기간도 집권 5년 내가 아니라 2년 내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 자본 생산성 등 모든 요소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투자 수요를 늘리는 방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해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경제위기 대응책도 단기·중장기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또 경제위기 국면에서 어려움이 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민생 공약’도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에서는 이와 별도로 이번 정기국회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내년도 경기부양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도 조만간 성장 관련 종합 플랜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은 “단기 성장책보다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경제의 약하고 왜곡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도 내부적으로 성장공약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