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두산 영구채 자본 아니다"…발행 추진 기업들 '쇼크'

"유사시 먼저 갚아야할 빚인데 어떻게 자본이냐" 브레이크
기업들 "국제회계기준에선 인정하는데…"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5일 금융회사가 아닌 국내 일반기업 중 처음으로 영구채를 발행했다. 다른 기업들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 발행에 주목했다. 장기 업황 부진으로 신규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에 영구채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지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또 유상증자와 비교하면 대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발행을 준비 중인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금융위, “후순위 조건 없으면 부채”

일반적으로 영구채는 자본과 부채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보통주를 제외한 모든 채무에 비해 후순위의 지급 순위를 가지고(후순위성), 만기가 별도로 없고(만기의 영구성), 발행회사가 이자지급을 유예하거나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자지급의 임의성) 등의 특성을 보면 자본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발행 후 일정 시점이 지났을 때 발행회사가 조기상환청구권(콜 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조기상환하지 않았을 경우 금리가 상향 조정되는 조항(스텝업)이 붙어 있다는 점에선 부채에 가깝다.

금융위는 영구채를 포함한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한다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원칙은 존중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방식의 영구채를 신종자본증권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계 기업들이 부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를 악용하면 추후에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와 관련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후순위’라는 조건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에서 발행한 영구채는 모두 은행예금이나 은행채에 비해 ‘후순위’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부채를 모두 갚고 남은 재산에 분배를 청구하는 권리인데, 이런 점에서 보면 후순위 조건이 없는 영구채는 부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만기가 30년인 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임의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긴 하지만 “만기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만기가 아예 없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또한 5년 후 조기 상환을 안할 경우 이자가 5%포인트 상향 조정되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건 사실상 두산인프라코어가 채권 원금을 상환할 생각으로 발행했다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일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신용평가를 할 때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분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IFRS 기준과 충돌 문제는 변수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에 대해 금융위가 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확정했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단일한 회계기준을 적용한다’는 IFRS의 원칙과 금융위의 입장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의 회계처리 문제는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IC)에서도 2006년에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IFRIC는 “어떤 상황에서건 회사가 상환할 의무가 있으면 부채로, 상환 의무가 없으면 자본으로 분류한다”는 해석 의견을 제시했다. 즉 원금상환과 이자지급에 대한 결정권을 발행 회사가 쥐고 있으면 자본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정식으로 질의를 해 오면 외부전문가 8명과 금감원·기준원 각 1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 신중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금융위는 회계기준원에 대해 ‘지시감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금융위 의지대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호/김동윤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