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 발등' 찍은 프랑스 노동시간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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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국제부 기자 3code@hankyung.com프랑스 정계가 장 마르크 에로 총리의 돌발 발언으로 뒤숭숭하다. 지난달 30일 일간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주 35시간인) 법정 노동시간을 주 39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집권 사회당 소속인 에로 총리의 발언에 당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당 출신인 미셸 사팽 노동부 장관은 “주 35시간 노동제는 경제 위기의 원인이 아니며,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에로 총리는 “주 39시간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사회당이 절대로 타협하지 않아 온 일종의 ‘신성한 원칙’이었다. 프랑스는 2000년 사회당 출신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주도해 주 35시간제를 도입했다. 초과 근무시간에 대한 고용주의 임금 부담을 늘려 일자리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랬던 주 35시간 노동제도가 사회당 정권 총리의 입을 통해 ‘재검토’가 거론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만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총리가 실언을 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프랑스 정부가 자동차 등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염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날 프랑스 출신인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프랑스의 산업경쟁력은 악화일로”라며 “중국의 경기둔화를 탓할 게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프랑스 기업들은 높아지는 법인세율과 근로자 복지비 지출 부담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 올랑드 정부는 최고 33%인 법인세율을 35%로 높이려 하고 있다. 프랑스기업협회(Afep)는 최근 올랑드 대통령에게 앞으로 2년간 고용주가 떠맡아야 할 복지부담금 300억유로를 깎아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야권 대선 후보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프랑스 사례를 들며 노사타협으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약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들어 있다. 두 후보들은 프랑스 총리의 발언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프랑스 노동부가 발표한 실업자 수는 305만명으로 1999년 이후 최대다.
김동현 국제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