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만도 M&A 대비 '몸값 높이기'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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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공조, 비스티온 공조 계열사 15곳 합병전 세계 공조 계열사를 한라공조에 통합하는 합병안은 비스티온그룹이 19일 발표한 사업구조 재편 계획의 핵심이다. 비스티온그룹은 적자상태인 인테리어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공조와 전자 사업부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도널드 스테빈스 전 비스티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한라공조에 대한 공개매수를 결정한 직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조사업부문을 여러 회사로 나누는 것보다 하나로 결합하는 편이 회사와 주주가치 창출에 유리하다”고 밝혀 통합안을 예고했다.
비스티온은 이 같은 사업 재편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한라공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한라공조를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비스티온 공조 사업부문에 합병하려 했던 것. 그러나 한라공조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비스티온 공조 사업부를 한라공조에 합병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그룹 내 한라공조 비중 70%
합병 방식의 변화와 관계없이 이번 결정으로 한라공조의 그룹 내 비중은 절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지난해 비스티온의 공조 부문 매출은 총 41억달러로 그룹 전체 매출의 49%였다. 그룹 매출의 절반이 고스란히 한라공조로 집중되는 것이다. 인테리어 사업 부문 매각으로 공조 사업부 비중은 70%로 늘어난다.
한편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한라공조 매출의 60.5%는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와의 거래였다. 비스티온 계열사 합병으로 한라공조는 BMW, 아우디, 르노닛산, 스포츠카 제조사인 테슬라, 중국 질리 등을 새 고객으로 맞게 됐다.
◆한라그룹 M&A 대비 포석?
시장의 관심은 한라공조 인수를 선언한 한라그룹에 쏠리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는 국민연금과 손잡고 옛 계열사인 한라공조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라공조가 비스티온의 공조 계열사를 모두 합한 거대 기업으로 변신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인수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스티온의 사업 재편안을 한라그룹의 인수·합병(M&A)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연유 때문에 나온다. 한라공조의 몸집을 불려 M&A 자체를 어렵게 하거나, 한라공조만이 아닌 비스티온 공조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비스티온이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 69.99%(7472만주)의 인수가격을 2조1000억원가량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비스티온의 종가는 45.78달러, 시가총액은 24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한 관계자는 “비스티온 공조 계열사들이 적자인 곳들이 많아 밸류에이션(가치평가)도 이전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