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호사 年 2500명…불법 수임 유혹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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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에 월급대신 수당주고 사건 수임 속출#1 백모 변호사(48)는 2010년 2월 장모씨와 김모씨를 사무장으로 고용하면서 월급은 주지 않는 대신 사건을 유치해오면 수임료의 20%를 수당으로 주기로 약속했다. 장씨는 6개월간 모두 6건의 사건을 알선해주고 그 대가로 44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같은 기간 모두 17건의 사건을 소개해줘 1440만원을 챙겼다. 대법원 2부는 백 변호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변호사들 "시장 안좋아 사무장 유지 힘들어"
#2 대법원 2부는 이날 토지 소유권 관련 소송 사건을 소개ㆍ알선받고 1억원가량의 소개료를 준 혐의로 기소된 정모 변호사(64)에 대한 상고심에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무장이나 브로커에게 수당 지급을 약속하고 사건을 수임했다 형사처벌당하는 변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만 2481명의 변호사 자격 소지자가 새로 배출되고 변호사 1인당 수임사건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전문브로커 등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변호사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뿌리칠 수 없는 브로커의 유혹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견책 및 제명의 징계처분을 받은 변호사는 3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 검찰 등에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상인 대한변협 이사는 “변호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임비리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변호사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무장을 위장한 불법 브로커가 가장 골칫덩이. 변호사 사무실 10곳 중 3~4곳에서 불법으로 사무장을 채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궁여지책으로 대한변협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단체가 변호사를 소개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브로커 근절 방안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사건 수임을 위해) 비영리단체에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브로커의 활동이 합법화될 경우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호사들 “현실 반영못하는 법 고쳐야”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나 사무직원이 법률 사건이나 사무 수임과 관련해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의 대가로 금품ㆍ향응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변호사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들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 5년째인 K변호사는 “변호사 혼자서 연구도 하고 법정도 나가고 고객을 끌어오는 일을 모두 할 수 없는데도 변호사법은 이를 강제한다”며 “사건을 가져오는 사무장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액월급제 대신 불법 소지가 큰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K변호사는 사무장에 대해 기본급은 월100만원으로 하고 실적에 따라 다음연도 상여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한다.
개인 변호사들은 차라리 자금력이 있는 변리사나 회계사 등 다른 업종 전문가들과 합법적으로 동업하는 것을 원하지만 이는 대형 로펌 등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급기야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법무사가 사법연수원 게시판에 변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가 이 사무실에 고용됐는데 대한변협 측이 퇴직을 종용하자 이 변호사는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데 무슨 죄냐”며 오히려 반박했다.
장성호/이고운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