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 업자 속인 위조지폐 사기단

유흥업소 홍보용 유사지폐와 컬러 복사기로 인쇄한 위조지폐 돈다발로 ‘환치기(불법 외환 송금거래)’ 업자를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조선족 환치기 업자에게 유사·위조지폐를 건넨 뒤 중국 내 계좌로 ‘진짜’ 돈을 송금받는 수법으로 4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씨(42)를 구속하고 김모씨(40) 등 2명을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3월 중국산 성인용품을 수입하면서 알게 된 조선족 환치기 업자 최모씨(40)에게 유흥업소 홍보용으로 제작한 5만원권 유사지폐와 컬러 복사기로 만든 위조지폐 2억4000만원을 건네며 중국 계좌에 송금해달라고 의뢰했다.


이들은 일부러 혼잡한 서울 동대문·용산·명동역 등지를 거래 장소로 잡았고, 최씨가 가짜 돈인 것을 모르게 하려고 돈다발의 앞뒤 각각 1매는 진짜 지폐를 끼워 넣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은행 띠지로 묶은 돈다발 개수만 확인한 최씨는 그 자리에서 중국 계좌에 돈을 송금했다.


이씨는 이렇게 중국 계좌로 받은 돈을 다시 중국 현지 환치기 업자를 통해 국내로 송금받아 1억3000만원을 챙겼다. 이씨 등이 이런 수법으로 환치기 업자 5명으로부터 챙긴 돈은 총 4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씨와 거래한 환치기 업자들은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았지만 환치기 자체가 불법이라 신고를 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한 조선족 환전업자가 환치기를 한 혐의로 입건돼 추방되는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이같은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하자 수사에 착수, 이씨 등을 검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