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전자, LTE 바람 타고 고속성장

LG유플러스 공격 투자 덕에 2011년 매출 40% ↑
기술·가격 앞세워 글로벌 업체와 협업 성과도
이동통신용 중계기 업체인 삼지전자(대표 박만수)는 3년 전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통신사들의 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통신사의 망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천수답 사업구조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직원 180명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0% 이상 급증했다. 2010년 430억원이던 매출이 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을 63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업체 상당수가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성과는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덕분이었다. 거래처인 LG유플러스가 지난해 공격적으로 LTE 투자에 나서면서 중계기 매출이 급증했다.

통신용 중계기는 기지국에서 출력하는 이동통신 전파가 미치지 못하는 건물 내부나 지하 등 음영지역에 전파가 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소형 기지국이다. 전국 단위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해 이통사들은 대개 6000여개의 기지국과 10만여개의 중계기를 설치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5월부터 LTE 서비스를 위해 10만여개의 중계기를 전국 곳곳에 설치했다.

삼지전자는 지난해 LG유플러스에 3만7000대의 중계기를 공급했다. LG유플러스가 설치한 중계기 3대 중 1대가 삼지전자 제품인 셈이다. LG유플러스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7개 업체를 협력사로 지정하고도 삼지전자에 물량을 몰아준 것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단연 앞선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박만수 대표는 “철저한 사전 준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통신사들이 LTE 투자계획을 확정하지도 않았던 2년여 전부터 LTE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 13명이던 연구인력을 45명으로 늘리고 항온항습기 열충격시험기 등 시험설비를 갖춰 기술력을 키웠다. 통신사들의 사업계획이 확정된 뒤에야 관련 투자나 설비 구축에 나서는 업계 관행을 과감히 깬 것. LTE 중계기 관련 3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국내 중계기 업체로는 유일하게 부품 조립라인을 구축, 원가절감 효과도 거뒀다. 박 대표는 “시장 흐름을 미리 예측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등의 사전 준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노키아-지멘스와 협업하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LG유플러스의 LTE 기지국을 구축한 노키아-지멘스와 보조 기지국 장비(S-RRH)를 공동 개발한 것. 국내 중계기 업체로는 첫 성과다. S-RRH는 기지국과 중계기를 연결해주는 장비로 중계기 기능도 갖추고 있다. 박 대표는 “기지국 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지전자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에 250만달러 규모의 통신 스위치장비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일본 LTE 장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영업 기술 등 분야의 직원 5명으로 해외전담팀을 꾸렸다. 박 대표는 “동남아 등지에서는 값싼 중국 제품에 밀릴 수밖에 없지만 제품 신뢰성을 중시하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복권단말기 등으로 사업영역도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