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성장株 저물고 자산株 떠오를 것"

운용업계 리더에게 듣는다 (3)

올해의 이슈는 '성장의 둔화'…음식료·통신·유틸리티株 주목
지난해 자산운용사들은 평균 12%대 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회사가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작년 0.24%의 수익률을 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48·사진)은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다른 운용사에 비해 보유종목의 하락폭이 작았을 뿐”이라며 “포트폴리오도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은 이미 2010년 말 다 팔고 통신 유틸리티 식음료주를 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시장의 이슈는 성장 둔화가 될 것”이라며 “과거 벌어놓은 돈이 많은 자산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화·정은 왜 일찍 팔았는지.

“적정 주가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3만원에 사서 10만원에 팔았다. 어떤 기업도 경기를 타지 않을 수 없다. 이득이 적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운용철학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용했다. 또 경기가 좋을 때 잘하는 기업에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 경기순환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을 때 사서, PBR은 높아지고 PER이 낮아졌을 때 파는 것이 좋다.”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

“모든 자산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으로 따질 수 있다. 성장가치주 30%, 수익성과 안정성 높은 주식을 70%로 담고 있다. 성장가치주는 주로 정보기술(IT) 업종이다. 이쪽이 많이 올라 다시 저평가된 종목으로 교체 중이다. 안정성이 높은 것은 음식료와 유틸리티, 수익가치가 높은 것은 필수소비재 같은 것들이다.”

▶한국전력과 KT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한전은 3만4000원에 샀는데 손실을 봤다. 지금은 PBR이 0.3배로 누가 뭐래도 싸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살 만하다. KT는 배당률이 6%다. 우리 펀드의 연간 목표 수익률이 6~7%라서 배당만 받아도 충분하다.”

▶자산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가치의 3대 요소 중 시기에 따라 주도하는 가치가 바뀐다. 2007년 땅값이 오르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급격히 상승했을 때 자산주가 오르는 시기였다. 지난 2~3년은 성장가치가 주도한 시장이었다. 기업이익이 한 해 50~60%씩 오르면서 이익성장주가 급등했다. 하지만 기업이익이 둔화되면서 패러다임이 다시 자산가치로 바뀌고 있다. 유럽위기가 해결되더라도 글로벌 경기가 불같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50조원 벌어놓은 돈이 있는데 시가총액은 15조원에 거래되는 자산주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 유망한 다른 업종은.

“성장이 둔화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다가 시스템LSI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으로의 신성장주는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 될 것이다. 생명 에너지 식량 환경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된 쪽이다. 다만 테마주 말고 실질적으로 이익이 나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