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뿐 '구구팔팔'의 열정

인사이드 Story - 70~80대 '영원한 청년 기업인'

고속버스 타고 하루 800㎞ 지방 출장
신수종 사업 발굴 등 공격경영으로 불황 돌파

< 구구팔팔 : 99세까지 팔팔하게 뛰자 >
이희영 한국열처리 회장(72). 그는 고희가 넘어서도 하루 800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는다. 새해 들어서도 매일 서울 강남 자택에서 출발, 경남 창원과 전북 완주 공장을 둘러보고 밤 늦게 귀가했다. 우등고속버스가 그의 발이다. 1970년 서울 성수동에서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열처리 공장을 세운 이 회장은 42년째 현역이다. 그는 요즘 제3공장 건설 준비로 바쁘다. 전북 군산에 부지 1만6500㎡를 확보, 조만간 새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한국열처리는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항공기부품 열처리 자격(세계항공기제조업체 제정 기준)을 따낸 기업이다. 제조업 강국 일본도 이 분야에 2개 업체만 있을 정도다. 그가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뒷받침될 때 기술자들을 길러야 합니다.”



이 회장처럼 현장을 누비는 ‘구구팔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구구팔팔’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뛰자는 기원과 함께 전체 기업 수의 99%인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는 뜻도 담고 있다. 구구팔팔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은 앉아서 지시만 하는 오너가 아니다. 엄동설한을 아랑곳하지 않고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생산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야전형'이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자 출신이기 때문이다.시화산업단지의 임정환 명화금속 회장(76).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영등포 철공소에서 일한 지 벌써 60년째를 맞는다. 임 회장은 명화금속을 국내 최대 직결나사 업체로 일군 데 이어 새해엔 제2의 도약을 위해 충남 당진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한다. 당진 공장의 부지 면적은 약 5만㎡로 시화 공장의 두 배 규모다.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사장(79)은 기존 성수동 공장 내 여유 공간에서 신수종 사업을 파종할 예정이다. 1956년 창업, 56년째 기업을 이끌고 있는 조 사장은 고급인쇄물로 일본·러시아 시장을 뚫은 데 이어 작년 말 자사 임원을 독일 등지로 파견, 신수종사업을 발굴하도록 지시했다. 조 사장은 “조만간 인쇄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일 전철로 출퇴근하고 한 시간 이상 근력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백남춘 한울 회장(83)은 ‘꼬마김치’ 브랜드의 김치업체 한울과 한울푸드서비스를 창업, 두 회사를 연매출 700억원대로 키웠다. 최근엔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백 회장은 “기존사업인 김치는 전통산업으로서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한편 식음료 분야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안양천이나 목감천 주변을 2가량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게 건강비결이다.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의술이 발전하고 있어 건강관리만 잘하면 ‘100세 중소기업인 시대’도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