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명 '블랙 다이아몬드' 한국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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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에 코리아 열풍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수도 킨샤사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 도로는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클레인과 굴착기가 하루종일 굉음을 내며 시커먼 먼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미도스 세레 DR콩고 인프라 조정국장은 "오는 6월30일 독립 50주년 기념일에 맞춰 공사를 마치기 위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할인마트인 스파는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도 손님들로 붐볐다. 생수 한 병을 계산하는 데만 5분 이상 걸릴 정도였다. 점원 에디씨(35)는 "손님이 없어 오후 6시만 되면 문을 닫았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인플레이션이 1억%까지 치솟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던 짐바브웨는 지난해 한 자릿수로 물가를 잡은 데 이어 9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아프리카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10억 인구의 '뉴 이머징 마켓'으로 떠오른 가나 DR콩고 앙골라 카메룬 짐바브웨 탄자니아 콩고 등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국가들의 최대 자산은 석유 구리 니켈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자원 부국'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음 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막하는 월드컵을 새로운 '빅 점프'의 도화선으로 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남아공 컨설팅회사 그랜트 손톤은 남아공 월드컵 기간 중 300만명의 관광객이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네온스 니디쿠마나 아프리카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증가세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중산층을 감안하면 지금의 아프리카 풍경은 10~20년 전 아시아와 다르지 않다"며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오고 있는 것은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고한 방증"이라고 말했다. 10억여명의 아프리카 인구 가운데 구매력을 가진 신흥 중산층 3억명이 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아와 질병,종족 및 국가 간 전쟁으로 얼룩졌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경제가 본격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데는 정치적 안정과 함께 정치 지도자들의 국가 재건 의지도 한몫하고 있다. 가나 DR콩고 카메룬 탄자니아 짐바브웨 적도기니의 정부 관료들 사이에는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필레몬 양 카메룬 총리는 "자원도 없는 한국이 식민지와 내전의 아픔을 딛고 선진국으로 발전한 것에 아프리카인들 모두가 큰 영감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하루빨리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은 현지에서 상 · 하수도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국 기업들에 더 많은 정부 공사를 발주하겠다"며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정부는 올해를 아프리카 협력 시대 원년으로 선포,하반기 중 이명박 대통령의 가나 DR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 순방을 계획하는 등 '한 · 아프리카 신동맹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킨샤사(DR콩고) ·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장진모/이상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