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젠트퍼시픽 '대한투신 인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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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투자전문회사인 리젠트퍼시픽그룹이 국내 금융기관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IMF 한파와 뒤이은 대우사태로 국내 금융기관이 일련의 위기에 몰리는 것을 틈타 "알짜" 금융기관을 하나둘씩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리젠트는 국내 대표적인 투자신탁회사인 대한투신을 인수키로 함에 따라 대유리젠트증권 리젠트자산운용 경수종금 국민창투 등 제2금융권 전체를 망라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리젠트그룹이 "대한투신을 주력기업으로 하는 금융 지주회사 "리젠트코리아"를 통해 12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데서도 이를확인할수 있다. 대한투신의 인수방법 =대한투신이 제3자배정 형식으로 4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리젠트가 전액 인수하는 방식이다. 리젠트는 대한투신 인수를 위해 최근 자본금 1억3천만달러의 지주회사인 "리젠트코리아"를 설립했다. 리젠트코리아는 앞으로 12억달러규모로 자본금을 늘린뒤 대한투신의 증자 등에 참여한다는 복안이다. 리젠트가 대투를 인수대상으로 삼은 것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데다 신탁재산 부실규모가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투신은 리젠트의 지분참여와 함께 대한투신 고객을 대상으로 4천억원수준의 공모증자 실시, 자본금을 1조원으로 확대한뒤 코스닥시장에 등록한다는데 까지 합의했다. 대한투신은 은행 증권 등 기존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리젠트가 4천억원을 투자키로 하면 일반공모증자도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투신과 리젠트의 증자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리젠트는 지분 40%를 보유한 대한투신의 최대주주가 된다. 대투의 현재 주요주주는 한빛은행(18.9%) 조흥은행(9.9%) 서울은행(9.9%) 제일은행(9.45%) 대우증권(9.9%) LG증권(7.04%) 등이다. 대한투신은 증자대금 8천억원과 올해 당기순이익이 4천억원, 유가증권 매각대금 2천억원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지난 3월말 현재 1조5천억원인 차입금을 이번 회계년도내에 1천4백98억원으로 낮추고 2001년에는 무차입경영이 가능하다고 대한투신은 설명했다. 리젠트의 행보 =리젠트그룹은 지난 5월31일 대유리젠트증권 지분을 21.5%에서 55%로 확대하면서 국내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대유리젠트증권의 경영권을 확보한 리젠트는 지난 6월 대유리젠트증권을 통해 리젠트자산운용회사를 설립, 뮤추얼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대한투신의 인수로 증권.투신.자산운용회사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졌다. 투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투신이 국내 주식및 채권시장에 차지하는 영향력과 판매망 등을 고려할 경우 리젠트그룹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젠트그룹은 그동안 제일은행 매각과 대한생명 매각에 참여의사를 피력하는 등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지난 27일 짐 멜런 리젠트회장이 직접 내한, 국민은행으로부터 국민창업투자지분 62.5%를 인수했다. 또 우량 종금사인 경수종금 인수작업에도 나서 거의 성사단계에 와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젠트그룹은 리젠트코리아를 통해 향후 화재보험 리스까지 추가로 인수,총 7개의 금융기관을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본사를 홍콩에서 한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리젠트퍼시픽그룹은 아시아 동유럽 남미등 전세계 이머징마켓 투자전문회사로 지난 90년에 설립돼 97년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짐 맬런 회장이 지분 14%를 가진 것을 비롯해 템플턴사 설립자인 존 템플턴경, 하버드대학재단, 도쿄화재해상보험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운용자산규모는 20억달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