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결산] (하) 한국 3회연속 2위 명암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가는 스포츠강국임을 입증했다. 이번대회는 42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중 유일하게 북한이 불참했으나 구소련의 5개 공화국이 처음으로 출전,아시아의 진정한 스포츠강국을 가늠해볼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은 개막 이틀째까지도 한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선수단과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5일 레슬링의 심권호를 필두로 금메달을 쏟아내기 시작,대회 종반까지 일본과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다툼을 벌였다. 한국은 폐막을 이틀앞둔 14일 유도 3체급 결승에서 종주국 일본과 맞붙어 모두 승리,2위도약에 결정적 디딤돌을 마련했다. 결승에서의 한-일전은 한판승부가 금메달 2개의 효과를 가져주기 때문에 한국은 이날의 선전을 바탕으로 일본을 멀찍이 따돌리고 2위를 굳힐수 있었다. 한국은 예상대로 배구 농구 핸드볼등 구기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여자배구는 난적 중국 일본을 차례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가 하면,여자농구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역전승부를 이끌어내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높였다. 비인기종목인 핸드볼과 하키도 한국의 2위달성에 1등공신.여자하키 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을 제압하고 86서울-90북경대회에 이어 대회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남녀핸드볼도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또 전통적 메달박스인 레슬링 유도등 투기종목에서도 선전을 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는 10체급중 8개의 금메달을 휩쓸어 "너무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16개의 메달이 걸린 유도에서도 한국은 종주국 일본을 제치고 금 7개를 따 일본관중들의 숨소리를 죽였다. 이번대회 최대이벤트로 30만인파가 모인 마라톤에서 "작은 영웅" 황영조는 일본선수를 멀찍이 따돌리고 금테이프를 끊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당초 기대를 저버린 종목도 많았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축구는 8강전에서 일본을 꺾었으나 준결승전에서 고질인 "골결정력 부족"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져 동메달에 머무르는 안타까움을 맛보아야 했다. 이번에 정식종목이 된 야구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1점차로 분패,은메달에 머물렀고 세계최강 양궁 여자단체전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일격을 당해 동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12개의 금메달이 걸린 복싱에서는 겨우 2개만을 획득,"복싱 한국"의 명성을 무색케 했다. 또 최소 금2개는 따리라던 골프도 게임리더 부재로 일본과 대만에 금메달을 헌납하고 은2 동2개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2위 목표를 달성했지만 전체 금메달의 24%인 81개가 걸려있는 육상 수영에서는 겨우 5개만 수확하는 기형을 보였다. 한국이 비록 금메달수에서는 일본에 앞섰지만 전체 메달수에서는 오히려 뒤지는 것도 선수저변이 그만큼 얇다는 반증이다. 중국은 앞으로 20년안에 세계스포츠를 주름잡겠다고 장담하고,일본은 과학적 훈련으로 질적인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등 중앙아시아세력도 우세한 체력을 발판으로 한국을 뒤쫓아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3회연속 2위"라는 찬사도 좋지만 한국이 계속 아시아스포츠 강국으로 남기 위해 어떤 것부터 해야하는지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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