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상층부에서 전문구조대원 등 수습당국이 실종자 수색·잔해물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상층부에서 전문구조대원 등 수습당국이 실종자 수색·잔해물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진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콘크리트 받침대(역보) 설치와 임시 지지대(동바리) 무단 철거를 주요 붕괴원인으로 추정했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2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역보가 계획과 다르게 설치됐고 콘크리트 무게를 지지해야 할 동바리가 사전에 무단 철거됐다"며 "붕괴 사고의 치명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무너진 201동 39층 동쪽 바닥에는 일반적인 수직 하중 지지대가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 '역보'가 사용됐다. 최상층인 39층 야외정원 아래 PIT층(배관 등이 자리잡는 설비층)의 높이는 1.5m인데, 동쪽 구역은 주민 공용 화단 등이 설치되며 높이가 더 낮아졌다.

낮아진 높이에 동바리 등 지지대 설치가 어려워진 동쪽 구역에 골조 공정 하청사는 콘크리트로만 만든 받침대인 역보를 사용했다. 역보를 사용하는 것이 변경 승인이 필요한 공법상 변화는 아니지만, 경찰은 이러한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시공사와 감리단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보는 시공을 마친 뒤 철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찰은 역보 중량이 수십톤에 달하는 탓에 그 아래층이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이나 서쪽 PIT층에 설치된 헛보, 동바리 등은 붕괴 이후에도 구조물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붕괴현장에 남아 있는 동바리 등 고의 철거의 흔적. 사진=연합뉴스
붕괴현장에 남아 있는 동바리 등 고의 철거의 흔적. 사진=연합뉴스
연쇄적으로 붕괴된 아래층에 지지대인 동바리가 무단으로 철거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39층에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는 시기 38·37층 등에는 동바리가 설치되어 있었어야 하지만, 38층은 1월 8일, 37·36층은 지난해 12월 29일 사전 철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 시방서 상 '거푸집·동바리 일반사항'에는 3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진행되는 층 아래 3개 층은 동바리 등 지지대를 받치도록 돼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명기됐다. 그럼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윗층에서 콘크리트 작업이 이뤄지는데 아래층에는 수직 하중을 버틸 구조물이 없었던 것이다.

건축 구조 공학 전문가들은 PIT층을 포함해 총 4개 층에 동바리가 없었고, 이는 표준 시방서에 어긋난 시공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공기에 쫓긴 HDC현대산업개발이 창호 설치 등 내부 골조 공사를 위해 동바리를 조기에 철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A씨가 동바리 해체를 지시했다는 작업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 공사 부장, 현장 소장 등 직원 6명과 하도급 업체 사장, 현장 소장 2명, 감리자 3명 등 총 11명을 형사 입건했다. 오는 26일부터 현장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소환조사해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