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법적 기반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오는 12월 일몰을 맞는다. 이번 기회에 기업 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인 기촉법을 상시화하자는 주장과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001년 도입 이후 일몰과 재입법을 반복한 기촉법이 ‘시한부’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에 개정안 발의
8일 국회에 따르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촉법 상시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르면 9일께 기촉법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촉법은 일시적인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주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하는 제도다. 전체 금융 채권액의 75% 이상을 보유한 채권자가 동의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깎아줄 수 있다.
기촉법 상시화가 필요한 이유로는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 유동성이 바닥난 뒤 구조조정에 나서면 정상화 비용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채권단이 빠르게 채무를 조정하고 운영 자금을 넣을 수 있는 제도를 상시적으로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기촉법을 한시법으로 운영하다 보니 일몰 때 발생한 법적 공백으로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 2023년 10월 일몰 때는 후속 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두 달 넘게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은 그해 12월 26일 기촉법이 재시행된 지 이틀 만인 28일에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기촉법 재입법이 조금만 늦었다면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불가능할 뻔했다.
워크아웃은 법정관리와 성격이 다르다. 법원 회생에서는 담보권 등 법률상 권리를 중심으로 채권을 분류하고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채권도 절차에 포함한다. 이에 비해 워크아웃은 원칙적으로 금융채권을 중심으로 부담을 조정한다.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법원 회생에서는 운영 자금을 새로 빌릴 수 있지만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워크아웃은 채권 금융기관이 기존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을 함께 결정할 수 있어 기업이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대형 유통회사처럼 영업망이 큰 기업은 워크아웃을 통해 임금 지급과 상품 조달을 이어가며 구조조정할 수 있다. 법원이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법정관리와 달리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기업이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이유다.
기촉법을 상시화하면 기업과 채권단에 구조조정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재산 관계가 복잡하거나 법원의 강제적인 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법정관리를, 금융채권 조정을 통해 빠른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은 워크아웃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반대 입장
신중론도 만만찮다.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채권자의 재산권과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인가를 받아 진행하는 회생절차와 달리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주도한다. 사적 주체가 다수결로 소수 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를 상시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도 여러 차례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촉법 논쟁은 결국 ‘기업을 얼마나 빨리 살릴 것인가’와 ‘채권자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의 충돌”이라며 “대기업과 금융권의 연계성이 높고, 특정 기업의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