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 한 학생에게 학생 본인이 버린 쓰레기를 줍도록 지도했다가 학부모 B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앞서 B씨는 자녀의 학교 생활과 관련해 A씨에게 수차례 문자와 전화로 ‘항의 민원’을 넣었는데,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는 B씨의 반복적인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했다. 이후 B씨는 A씨를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개월간 이어진 수사로 고통받아야 했다.

드라마 ‘참교육’ 만큼이나 심각한 교권 침해 사례가 현실에서 잇따르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교육당국이 교권 보호 전담조직 신설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기존 교권보호 전담조직을 확대하는 정도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 중심 조직 확대

"쓰레기 줍자" 한마디 했다가…아동학대 고소당한 초등 교사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 민원 대응과 교육활동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이 신설되면 큰 틀에서는 교육부가 제도와 정책을 총괄하고 시·도교육청이 학교 민원 처리와 교권 침해 대응, 법률 지원 등 현장 업무를 맡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협의 등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신설까지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육청은 선제적으로 전담조직 신설에 나섰다. 경기도에서는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하고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와 교육청 전담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충남에서는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관’을, 대전에서는 ‘교권신장담당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교육청이 추진하는 조직은 모두 드라마처럼 교권 침해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제재하는 기구는 아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 지원과 심리 회복, 악성 민원 대응, 학교 지원 등을 담당하는 행정 지원 조직에 가깝다.

◇교사들 “법적 장치 마련하라”

교사들은 신설 기구 설립보다 법·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17~19일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29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아동복지법 개정을 꼽은 응답은 78.0%(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훈육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나온 교사의 말과 행동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신고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870건이다. 이 가운데 종결된 993건 중 898건(90.4%)은 수사 개시 전 종결되거나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받는 등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교사들은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거나, 최소한 ‘정서적 학대’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 무분별한 신고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도 이런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부당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 및 관계부처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도 지난 25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국회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 전문가들이 교사의 생활지도 행위를 아동학대 판단에서 제외하면 아동 보호 체계가 약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예외 조항을 둘 경우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