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은 '나다움' 찾는 예술"
몸은 명사 아닌 동사 'Body-ing'
취임 첫 작품 '빙빙빙' 12월 공개
차 단장은 원래 발레를 전공했다. 서울예고 시절 현대무용의 자유로움에 빠져 진로를 바꿨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국 런던 컨템퍼러리댄스스쿨을 거쳐 무용수로 입지를 다졌다. “발레는 정말 경이로운 예술이에요. 완벽함에 도달하기 위해 무한히 노력해야 하죠. 반면 현대무용은 ‘내 몸은 다른데 왜 모두 같은 동작을 해야 할까’라고 묻죠. 팔을 뻗고 다리를 곧게 펴는 것 말고 꺾고 구부리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고, 그게 나의 표현일 수 있어요. 각자의 고유함을 찾아가려는 정신이 현대무용에 깃들어 있어요.”
차 단장은 무대 위 창작을 넘어 현대무용의 철학을 대중에게 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제시한 키워드 ‘바딩(Body-ing)’은 그의 오랜 사유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요. 타인과 공간,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형성된다는 의미에서 현재진행형(ing)을 붙였어요.” 이달부터 4주간 이어지는 기획 프로그램 ‘바딩/바딩’에서는 시각예술가 안민정, 뇌과학자 장동선 등과 함께 몸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내년에는 국제 교류도 구상하고 있다. 프랑스 낭트 국립안무센터(CCNN) 등과 협력해 국내 안무가를 해외에 보내고 해외 안무가를 초청하는 장기 교류를 모색 중이다.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개월간 현지에 머물며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깊이 탐구할 기회를 만들 계획이에요.”
차 단장에게선 ‘무대 위 철학자’라는 이미지가 풍긴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경험과 질문을 토대로 작품의 첫 단추를 꿰기 때문이다. 오는 14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리는 그의 안무작 ‘백조의 잠수: Ritardescendo’도 마찬가지다. 그는 물속의 느린 움직임에 몰입했던 프리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몸의 언어로 풀어냈다.
그는 “속도는 상대적인데, 내 기준으로 남의 속도를 재단할 때가 많았다”며 “누군가의 속도를 인정하는 게 요즘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질문은 ‘나’를 넘어 ‘사회’로 향한다. 12월 11~12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선보이는 취임 후 첫 안무작 ‘빙빙빙(BEING BEING 氷)’이다. 천주교 박해와 순교의 역사가 깃든 공간에서 “사라졌지만 한때 존재했던 몸, 지금 살아 숨 쉬는 몸, 아직 오지 않은 몸이 겹겹이 쌓이는” 순간을 그린다. 그는 이 작품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강연에서 던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현대무용이라는 미지의 바다를 유영해온 지 어느덧 30여년. 차 단장에게 현대무용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계속 이어 가며 깊이를 쌓는 것이죠.”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