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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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각종 한랭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추운 날씨엔 저체온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뇌, 심장, 간, 폐 등 주요 장기와 중추신경계 체온(심부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몸을 심하게 떠는 등 저체온증 의심 증상을 호소하면 바로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체온증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639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국내서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64명, 추정 사망자는 14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14명 중 5명은 치매 등 인지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다. 인지 기능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추운 날씨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다.

심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저체온증이다. 건강한 사람은 체온이 떨어지면 근육을 떨면서 스스로 열을 낸다. 하지만 추운 기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인체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체온 조절 기능이 고장나 저체온증이 진행될 수 있다.

임지용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32도 이하로 내려가면 의식이 흐려지고 호흡·맥박·혈압이 떨어지면서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며 "심하면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했다.

올초 국내 한랭질환자 분석 결과 남성이 64.6%로 여성(35.4%)보다 많았다. 80세 이상 고령층이 32.4%를 차지했다. 추정 사망자의 57.1%도 8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고령층일수록 주의해야 한다.

고령층은 스스로 열을 만드는 기능이 떨어진다. 추위를 느끼는 감각도 저하된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으면 평소 먹는 약 때문에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추위에 노출되면 젊은 사람보다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몸집보다 체표면적이 넓다. 열을 빨리 잃어버릴 수 있다. 어른보다 스스로 체온을 관리하는 데에도 서툴다.

저체온증 질환의 75%는 실외에서 발생했다. 길가(23.6%), 주거지 주변(19.8%), 집(17.0%) 순으로 흔했다. 발생 시간은 6~9시(20.9%), 9시~12시(15.7%)가 가장 많았다.

24시간 야외에서 일하는 배달업 종사자나 건설 노동자 등은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 땀이 흘러 옷이 젖으면 체온은 빠르게 떨어진다. 임 교수는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는 등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얇은 옷을 여러겹 입는 게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고 젖은 옷은 바로 갈아입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야외에 장시간 머물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 교수는 "주변에서 몸을 심하게 떨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반응이 둔해진 사람을 발견하면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을 벗긴 뒤 담요 등으로 감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심한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