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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피해 고스란히…납품 중소기업 "미정산 대금 밀리고 발주도 줄었다"
지난 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오프라인 대규모유통업체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를 주거래 대형마트로 둔 중소기업 100곳 가운데 72곳이 매장 축소·폐점 등 운영 전략 변화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101곳 중 13곳(12.9%)으로, 피해 응답률이 59.1%포인트 뛰었다. 올해 피해를 보고한 72곳은 모두 납품대금 정산 지연을 피해 유형으로 지목했다.
대형마트 거래 업체 전체로는 조사 대상 400곳 중 88곳(22.0%)이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지난해보다 57곳 늘었다. 홈플러스 거래 업체의 피해 응답은 13곳에서 72곳으로 59곳 늘어난 반면, 이마트·롯데마트·하나로마트 거래 업체의 피해 응답은 합계 18곳에서 16곳으로 줄었다. 올해 업체별 피해 응답률은 롯데마트 8%, 하나로마트 6%, 이마트 2%였다.
지난해에는 거래가 끊기면서 판로를 잃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올해는 대금 정산 지연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피해를 보고한 31곳은 거래 종료에 따른 판로 상실(54.8%)과 신규 판로 확보 곤란(19.4%)을 주로 꼽았다. 정산 지연을 겪었다는 곳은 2곳(6.5%)이었다. 올해는 피해 업체 88곳 중 86곳(97.7%)이 정산 지연을 지목했다. 대체 매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업체와 촉박한 퇴점 통보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업체는 각각 1곳이었다.
불공정거래·부당행위 경험을 묻는 별도 문항에서는 대형마트 거래 업체 20곳(5%)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응답률은 1.2%였다. 올해 해당 응답 업체 20곳 가운데 18곳이 홈플러스와 거래했으며, 이 중 17곳(94.4%)이 납품대금 지급 지연을 사례로 들었다.
홈플러스를 통한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63.0%로 대형마트 전체(37.0%)보다 26.0%포인트 높았다. 반면 매출 감소 응답률은 이마트가 37.7%에서 28.0%, 롯데마트가 35.6%에서 31.0%, 하나로마트가 34.1%에서 26.0%로 각각 낮아졌다. 세 마트의 합산 응답률도 36.1%에서 28.3%로 하락했다.
납품업체들은 미정산 대금이 쌓인 데다 선금을 받고 납품하는 상품의 발주량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한 식품업체 대표는 "몇 달 전과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밀린 납품 대금은 계속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홈플러스 측에서) 매출이 안 나온다며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발주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매장 운영도 불확실하다고 하니 불안해서 죽겠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참여한 한 업체는 "9월 기준 6개월 이상 대금이 정산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결제가 밀려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곳과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거래를 재개하겠다는 곳도 있었다. 또 다른 입점업체는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 볼 때 마트와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홈플러스와 직매입 거래를 하는 조사 대상 90곳 중 18곳(20.0%)은 납품을 마친 뒤 대금을 받기까지 31일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0곳은 41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6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 조사에서는 98.0%가 납품일로부터 60일이 지나도록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극단값을 뺀 평균 미정산액은 7억7400만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했지만 직원 급여와 점포 유지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3일 8월분 미지급 급여의 25%를 지급했으나 같은 달 30일 주기로 했던 나머지 75%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지급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요금 체납으로 포천송우점과 킨텍스점 등 6개 점포는 지난달 단전 예고를 받았으며, 인천송도점에도 이달 전력 공급 중단이 예고됐다.
국회가 지난 9월 17일 통과시킨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의 지급기한은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개정 규정은 공포 1년 뒤인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