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탑일수록 무너질 때 충격도 크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따르는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화요일에 이를 입증하지 않았는가. 자신을 공화당의 부르즈 할리파로 내세웠던 인물은 정치적 지진에 무너졌고, 그 잔해는 워싱턴 정가를 훨씬 넘어 퍼져 있다. 부수적 피해가 전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의 폐허만 해도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다. 민주당은 현재 상원 54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시시피와 알래스카 선거까지 유리하게 마무리되면 56석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의 연방 사법부 재편은 끝났다. 공화당으로서는 클래런스 토머스와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펠로톤 실내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정말로 개각할 생각이라면, 이를 마무리할 시간은 아마 5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월 3일이 되면 누군가 빠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사 구도가 고정된다.

민주당의 상원 승리는 2028년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까지 노려볼 만큼 컸다. 그런데 굳이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차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될 척 슈머는 필리버스터를 아예 폐지하는 데 필요한 표를 이미 확보했을지도 모른다. 법안들이 트럼프의 거부권을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이는 상원과 워싱턴을 영구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차기 하원의장 하킴 제프리스는 비협조적인 계파나 의회를 볼모로 삼는 전술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공화당의 하원 장악기를 특징지었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활용해 2028년 워싱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입법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실패는 의석수에 그치지 않는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저점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공화당이 패배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 공화당이 패배한 해는 민주사회주의자들이 민주당 장악에 나선 해였다. 따라서 화요일 선거의 최대 승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공화당에 극도로 불리한 선거 환경 덕분에 샌더스가 지지한 하원의원 후보들은 민주당 우세 주인 캘리포니아·콜로라도·뉴저지뿐 아니라 경합주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도 승리했다. 급진적인 하원 의원 모임인 ‘스쿼드’의 규모는 두 배로 커졌다. 더 큰 비극은 메인·미시간·미네소타 상원의원 선거에서 급진파의 승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극좌 진영은 이를 미국이 마침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의 혁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증거로 활용할 것이다.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출구조사 응답자 가운데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밝힌 유권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AP통신의 유권자 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53%가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현재까지 공화당 상원 의석을 빼앗아온 민주당 당선인 7명 가운데 4명은 중도 성향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고, 일부는 이를 유난히 강조했다. 캔자스에서는 목사이자 전 공화당원인 애덤 해밀턴이 슈머를 원내대표로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전 국민 메디케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며, “이스라엘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오와의 조시 투렉 상원의원 당선인은 자신이 아이오와 주의회에서 “초당적 협력에 세 번째로 적극적인 의원”이며, 공화당과 같은 방향으로 700차례 넘게 표결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강조한다.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로이 쿠퍼는 중도 정치인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승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애니 앤드루스는 좀 더 왼쪽으로 움직였지만, 그 역시 전 국민 메디케어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우리 당에 맞서야 할 때조차”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진영의 압력 속에서도 이들이 소신을 지킨다고 해도, 이제는 진보의 바다에 떠 있는 몇 개의 점에 불과하다. 사회주의의 물결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2028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화당이 플로리다 외의 지역에서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거에 나선 좌파의 대표 주자 단 한 명만이라도 꺾을 만큼 최소한의 성과를 냈더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 보였을 것이다.

트럼프가 초래한 더 큰 부수적 피해는 연방주의 구상에 대한 것일 수 있다. 지난 10년간 보수 성향 주들의 부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워싱턴과 대조를 이루는 미국의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화요일 선거에서 트럼프가 안긴 부담은 주 단위까지 깊숙이 미쳐, 최소 5곳의 주지사직과 주의회 상·하원 의사원 12곳의 주인을 바꿔놓았다.

민주당은 애리조나·미시간·미네소타·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새로 확보한 주지사직과 주 상·하원의 동시 장악을 활용해 노조 개혁과 세제 개혁, 학교 선택권 확대, 소송제도 개혁의 성과를 해체할 것이다.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텍사스에서는 주 하원 장악을 이용해 더 이상의 진전을 막을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시행할 나쁜 정책들은 아직 계산에 넣지도 않은 이야기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주가 경제적 자유를 받아들이면서 캘리포니아와 뉴욕 같은 뒤처진 주들을 따돌리고 있다는, 그동안 설득력을 얻어온 설명을 약화시킨다. 주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백악관은 중요한 주민투표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결론 난 데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콜로라도 유권자들은 이 주의 선구적인 ‘납세자 권리장전’을 폐지했고, 누진 소득세라는 부담까지 스스로 떠안을지 모른다. 워싱턴주는 백만장자세를 별다른 제동 없이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는 유권자 신분증 제도를 거부했다. 몬태나와 미시간 주민들은 ‘선거자금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표현의 자유를 새롭게 제한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패배는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가 급증한 데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무당파와 중도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적 주장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결과다. 피해는 각 주의 경계 안에 한정되지만, 이런 정책들의 승리는 다른 주에서도 모방을 부추길 것이다.

공화당의 실수는 트럼프가 지나치게 거대해지고 너무 많은 것을 좌우하도록 내버려둔 데 있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선거 결과를 비교해보라. 플로리다 공화당은 트럼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주정을 잘 운영한다는 평판을 지켰으며, 주지사직과 상원 의석을 간신히 수성했다. 반면 트럼프의 마가 모델과 켄 팩스턴에게 스스로를 단단히 묶어놓은 텍사스 공화당은 모든 것을 잃었다. 선거를 이기게 하는 것은 인물의 이름값이 아니라 원칙과 정책이다.

**칼럼을 쓴 킴벌리 스트래설은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이다. 알래스카를 거점으로 사설과 주간 정치 칼럼 ‘포토맥 워치(Potomac Watch)’를 집필한다. 원제 'Trump’s Republican Carnage'

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