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저 이상해요"…병 걸리면 SOS 보내는 옥수수 정체
미국에서 병에 걸리면 잎이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빛을 내 농부에게 위험을 알리는 ‘스마트 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기 전에 병충해를 파악해 필요한 곳에만 농약을 뿌릴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업 스타트업들은 유전자 편집 등 기술로 병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조기 경보를 보내는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농업 바이오 스타트업 인시그넘애그테크는 곰팡이성 질병과 해충에 반응해 잎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옥수수(사진)를 선보였다. 스타트업 이너플랜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었다. 밭에서 카메라를 장착한 트랙터, 드론, 위성이 빛을 감지할 수 있다.

기술의 핵심은 식물이 병해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일으키는 방어 반응을 농부가 알아볼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알렉산더 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식물은 시드는 현상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생리 상태 정보를 나타낸다”며 “이런 징후가 드러났을 때는 조처를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시그넘은 식물 DNA에 존재하는 이 같은 형질을 유전자 편집으로 활성화하는 기술을 쓴다.

기술의 장점은 피해가 번지기 전에 문제가 생긴 구역을 찾아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 경작지 전체에 농약을 뿌렸다. 하지만 이런 조기 경보 기술을 활용하면 필요한 구역만 처리해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화학물질이 토양과 하천, 식수로 흘러드는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농가에 보급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낮지 않다. 또 대부분 기술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어 규제당국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을 판매하려면 위험 평가와 승인 등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식물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도 농약 사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 토양 보호 단체 세이브소일의 프라비나 스리다르 최고과학기술책임자는 “빛 입자를 관찰해 식물의 건강과 스트레스를 추적하는 광자 모니터링 기술, 해충 관리 체계를 활용하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안 중 하나가 식물 외부에 설치하는 센서다. 영국 스타트업 비리디스바이오는 식물이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 중이다. 폭발물 잔류물을 찾아 전쟁 지역 지뢰를 탐지하는 센서에서 파생된 기술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