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텍사스 주지사로 당선된 지나 히노호사 민주당 후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텍사스 주지사로 당선된 지나 히노호사 민주당 후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최대 투자처로 꼽혀온 텍사스가 신규 사업의 문을 잠글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소속 지나 히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이 주민 보호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신규 승인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언해서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히노호사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텍사스 주민들을 보호할 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러한 보호장치가 생길 때까지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진행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업들이 텍사스에서 단물만 취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주지사가 되면 그런 일은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단 대상은 이미 건설 중이거나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전체가 아니라 신규 사업의 환경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승인이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내년 1월 주의회가 주민 보호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모든 신규 승인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임일은 내년 1월19일이다.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승인은 이미 일부 중단된 상태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현 주지사는 지난 8월 전력망과 환경 당국에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 실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신규 전력망 연결과 환경 허가를 일시적으로 동결했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연말 종료가 예상됐던 이 조치를 새 법이 마련될 때까지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히노호사 당선인이 내세운 이유는 전기와 물이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빨아들이면서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높이고, 냉각에 필요한 막대한 물 사용량이 가뭄에 취약한 텍사스의 수자원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받는 세제 혜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에 대한 판매세 면제 등으로 텍사스주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세수를 포기하고 있다며 관련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법안에는 데이터센터의 용수 사용 제한과 전기요금 전가 금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채용, 지역주민의 사업 결정 참여권 보장 등이 담길 전망이다. 기업이 비밀유지계약을 내세워 사업 규모와 전력·용수 사용량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도 제한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AI 산업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텍사스는 저렴한 토지와 풍부한 에너지, 기업 친화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끌어들여 ‘AI 오아시스’로 불렸다.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텍사스가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2028년 미국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 가운데 약 30%가 텍사스에 집중될 것으로 추산했다. 허가 중단이 수개월간 이어지기만 해도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공급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도 긴장하게 됐다. 두 회사 모두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머스크는 선거에서 애벗 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후원했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머스크와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텍사스 주민들을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려갈 수는 없다. 그것이 이제 달라지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첫 견제구는 스페이스X의 우주기지 '스타베이스'가 있는 보카치카 지역을 향했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텍사스 공원·야생동물관리국에 전화를 걸어 정권 인수 기간에 보카치카 인근 주정부 소유 토지와 관련한 조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관리국의 회의안건 초안에는 카메론카운티에 있는 공공부지 약 1300에이커의 처분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가 잠재적인 매수자로 거론됐지만 해당 안건은 최종 회의 일정에서 빠졌다. 관리국도 이번 회의에서는 보카치카 부지 매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 실제 협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신규 허가 중단이 장기화하면 수십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다른 주나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주민 반발을 외면한 채 전기와 물을 대량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계속 허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