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센강. / 사진. Ⓒ EPA/TERESA SUAREZ/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센강. / 사진. Ⓒ EPA/TERESA SUAREZ/연합뉴스
프랑스의 한 지방은행에서 해킹으로 약 15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커들이 외부 컴퓨터를 통해 은행 내부 시스템에 침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의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은행 크레디 뮈튀엘 아르케아가 사이버 공격으로 자체 보유 자금을 탈취당했다고 보도했다.

은행 측은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 르 텔레그람은 유출된 금액이 약 1억유로(약 15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피해는 은행 자체 계좌에서 발생했으며 고객 계좌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해킹에는 은행과 거래할 권한을 가진 외부 컴퓨터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해커들은 거래 권한을 보유한 제3자의 컴퓨터를 먼저 해킹한 뒤 이를 경유해 은행 시스템에 침입했다. 이후 은행이 보유한 약 100억유로의 자기자본 가운데 1억유로 이상을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자금은 가상화폐로 전환돼 여러 거래소로 옮겨졌다. 이번 공격 수법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과거 당한 해킹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상적인 자금 이동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포착했다. 크라켄은 지난 3일 유럽 은행에서 이례적인 규모의 자금 이체가 발생하자 경보를 발령하고 진행 중이던 거래를 차단했다.

범행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상화폐 거래와 자금세탁 경로를 추적하는 독립 연구원 잭XBT(ZachXBT)는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은 아니라고 밝혔다.

파리 검찰청은 해킹 경위와 유출 자금의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프랑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부에서 탈취한 거래 권한만으로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한 은행가는 르몽드에 "이는 프랑스와 유럽 금융권 전체에 대한 큰 경고 신호"라며 "전통적인 은행들이 여전히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