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스1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스1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 증설에 필요한 미국산 제조 장비 수출 허가를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미국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고수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허가를 요청했으나 미 상무부로부터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매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SK하이닉스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부터 미 상무부 관계자들과 10차례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관련 문제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회의에서도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차관은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거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추가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내년 다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의 수출 허가 문제를 별도로 협상 중인 상황으로 보인다. 생산능력 확대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 반입을 구분해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허가 여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어서다.

소식통들은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확보한 수익을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공장 증설이 제한될 경우 미국 투자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솔리다임은 현재 미국 뉴욕주 마시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2곳을 건설하기 위해 45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장기적으로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공장 증설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결정이 SK하이닉스 미국 투자 계획에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면서도 해외 기업들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국가안보 규제를 어디까지 완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정책적 과제란 분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