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아파트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아파트 / 사진=연합뉴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떨어진다."

주택시장을 전망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교과서적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금리와 집값이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금리는 대출 이자뿐 아니라 주택 공급과 임대차 시장, 매수 심리까지 동시에 흔들기 때문입니다.

금리 상승이 시장에 미치는 첫 번째 영향은 명확합니다. 대출 이자가 늘어나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거래도 감소합니다. 자산의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집값에 하방 압력이 가해집니다. 실제 금리 인상 초기에는 거래가 급감하고 호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사람뿐 아니라 집을 짓는 시행사와 건설사의 조달 비용도 함께 늘어납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상승하고 공사비 부담까지 커지면 사업성이 낮은 현장부터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집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금융비용 증가로 속도를 내기 어려워집니다.

당장은 줄어든 수요가 집값을 누르더라도 착공 감소는 2~3년 뒤 입주 물량 부족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을 이해하려면 금리 변화가 현재의 수요뿐 아니라 미래의 공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임대차 시장도 금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높아지면 세입자들은 큰 보증금을 마련하는 대신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중랑구에서는 월세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20%포인트 이상 오른 64.9%를 기록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히 계약 형태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월세 수요가 한꺼번에 늘면 임차인의 매달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 압력이 더욱 강해집니다.

높아진 월세와 잦은 계약 갱신에 부담을 느낀 일부 세입자는 매수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원하는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가 주거 수준이나 지역을 낮춰 집을 사는 이른바 ‘생존 매수’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핵심지보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 지역별 온도 차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적용되면서 수요자가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소득과 주택 가격,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졌습니다.

고가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현금 비중이 높은 자산가 수요가 많아 금리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 시장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원리금 부담이 빠르게 커집니다. 금리 상승의 충격이 모든 지역과 가격대에 똑같이 전달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 강화 예고가 언제나 즉각적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일부 수요자는 규제 시행 전에 매수를 서두릅니다. 규제 직전 거래가 몰리고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책이 수요를 억제하기에 앞서 ‘막차 수요’를 불러오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금리가 집값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리는 여전히 주택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입니다. 다만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집값 폭락을 단정하는 것은 시장의 한쪽 면만 보는 해석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거래와 가격을 누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와 월세 부담, 지역별 양극화를 키울 우려가 있습니다.

주택 수요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리 방향을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르고 소득이 줄어도 버틸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비중, 원리금 상환액, 비상자금 등을 따져 보수적으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집을 고를 때도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보다 지속 가능한 수요가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교통과 일자리, 교육환경을 갖췄는지, 주변에 공급이 얼마나 예정돼 있는지, 임대 수요가 꾸준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금리 하락만 기대해 무리하게 빚을 내거나 금리 상승만 믿고 집값이 크게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은 모두 위험합니다.

금리는 집값을 움직이지만 혼자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공급과 임대차, 대출 규제와 심리가 함께 작용합니다. 금리 하나만 보고 시장의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채와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주택을 찾는 것이 변동성 시대에 필요한 내 집 마련 전략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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