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덕 기자
문경덕 기자
“대한민국의 골든타임은 앞으로 3~5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하드웨어 기술에서 ‘초격차’를 달성해야 하는 때입니다.”

벤처캐피털(VC) DSC인베스트먼트의 윤건수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전략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지금은 한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두 강대국의 갈등이 오래 지속될 거란 보장이 없는 만큼 지금 한국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표는 “AI 시대의 종착역은 피지컬 AI”라며 “단 로봇보다는 반도체에 기반한 피지컬 AI 역량을 강화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세계 1등 기업이 각국 시장을 차지하는 시대라, 한국은 하드웨어에서 더욱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초기엔 위험 감수, 안정기 땐 관리”

윤 대표는 닷컴버블이 정점이었던 1990년대 후반 벤처투자 업계에 입문했다. 코스닥시장에서 닷컴기업이 별다른 이유 없이 상한가를 가던 시절이었고, 벤처투자 수익률도 높았다. 초년병 시절 ‘황금기’를 2년가량 보낸 뒤 거품이 붕괴하는 혹한기를 맞았다. 이후 그는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윤 대표는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사업 초기에는 과감한 리스크 감수, 사업이 궤도에 올랐을 때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출범 초기에 과감한 초기기업 투자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불기둥’이 솟는 장이라 해도 ‘올인’하지 않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투자 비결을 물을 때에는 “젊은 시절 1억원 정도 일정 금액을 모을 때까지는 집중 투자하고, 그 이후에는 포트폴리오 투자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또한 “주가가 내려갈 때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투자 판단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주가가 오를 때 추가 투자하는 ‘불타기’는 오히려 판단이 맞았다는 정황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벤처투자, 유행 편승하지 말아야”

윤 대표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시대의 아이콘을 찾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투자는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유행에 편승하는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유행을 타고 주목받았다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생존해 아이콘이 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대표는 “좋은 기업에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며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몇 년 후 이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커질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벤처투자와 코스닥시장 사이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고도 짚었다. 윤 대표는 “벤처 투자는 현재는 약간 부족해도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을 찾는 일”이라며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현재 매출 등 성과가 나오는, 수능 시험의 고득점자 같은 기업이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유동성 증가로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에는 자금이 몰리며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코스닥시장에서는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상당수의 주가가 부진하다.

그는 “현재는 실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코스닥 입성 길이 넓어져야 한다”며 “코스닥은 많이 상장하고 많이 퇴출되는 ‘다산다사’가 맞는 시장이고, 승강제보다는 과감한 상장폐지가 더 효율적”이라고도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