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다더니"…서해서 위치 끄고 北 향한 수상한 배
미국에서 들여온 총기류를 북한 외교관의 이삿짐에 섞어 북한으로 보내는 등 중국계 민간인 조직이 홍콩을 거점으로 대북 밀수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조직은 화물선 4척을 동원해 현재도 활동 중이며, 최근에는 대북 수출이 금지된 철강류 운송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 이삿짐에 무기 섞어…‘주방용품’으로 신고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중국 국적 남성이 적발된 대북 밀수 사건에 홍콩 기반 민간인 조직이 개입한 정황이 복수 관계자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홍콩에서 밀수를 주도한 인물로는 무역회사 ‘위링무역유한공사’의 실질적 경영자인 차이(蔡)씨 성의 남성이 지목됐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발송된 화물의 수취인이었다.

차이씨는 2023년 주홍콩 북한 총영사관 폐쇄에 따라 귀임하는 외교관들의 가재도구 운송도 맡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같은 해 12월 미국에서 발송된 무기가 홍콩에 도착하자 미리 수배한 당시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선리치’에 외교관의 이삿짐과 함께 실어 북한으로 보냈다.

무기는 ‘냉장고’와 ‘주방용품’ 등의 명목으로 신고됐다. 방대한 화물이 오가는 자유무역항 홍콩의 간소한 수출입 절차와 세관이 외교관의 짐을 자세히 검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노린 수법이었다. 해당 북한 외교관은 이런 사정을 전혀 몰랐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밀수에는 화물선을 사실상 소유한 왕(王)씨 성의 대만 국적 남성과 선박운항회사 ‘톈마선무유한공사’의 실질적 경영자인 량(梁)씨 성의 중국 국적 남성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항구 간다더니…서해에서 위치정보 차단

무기 밀수에 이용된 화물선은 선명과 선적을 반복적으로 변경해왔다. 홍콩을 출항해 서해 주변에 도착하면 선박 위치정보 등을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행동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을 지낸 후루카와 가쓰히사씨는 미국의 기소 기록과 관계자들이 요미우리신문에 제공한 자료를 대조·분석한 결과, 증언을 신뢰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선박이 기항지로 신고한 한국 등의 항구에 실제로 들어간 기록은 거의 없다며 “북한 항구에 비밀리에 여러 차례 기항을 반복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직은 현재도 화물선 4척을 동원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 수출이 금지된 철강류 운송이 두드러진다.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으로 석유를 밀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은 러시아가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024년 4월 말 활동을 중단했다. 다만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과 미국 등 11개국은 별도의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켜 제재 위반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후루카와씨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관련 선박을 압류하는 등 자산동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