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주식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하위권 기업을 공개해 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저PBR 기업 공표 제도’ 시행 첫날, 명단에 포함된 기업의 70% 이상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짝 상승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실효적인 개선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PBR 꼬리표' 첫날…현대제철·롯데쇼핑 강세
코스피지수는 2일 2.24% 오른 5859.0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지수·개별주식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상승 마감했다. 선물대비 고평가되자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물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전날 저PBR 기업에 선정된 151곳 중 76.2%(115곳)의 주가가 상승세로 마감했다. 주가가 하락한 곳은 32개, 보합은 2개, 거래정지는 2개였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곳은 현대제철이었다. 11.61% 오르며 2만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9.28%), 대한해운(9.20%), HL디앤아이한라(8.37%), 케이씨(8.08%) 등도 모처럼 강세를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주가 상승 효과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저PBR 공표 제도가 언급됐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약했다. 당시 저PBR 후보군으로 거론된 티케이케미칼, 한신공영 등이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이날 진도(-4.12%), 아즈텍WB(-3.93%), 원림(-3.59%), 세중(-2.87%), 오션인더블유(-2.15%) 등은 오히려 하락세로 마감했다.

저PBR 공표 제도는 시장별·업종별로 PBR이 누적 3년간 하위 25%(코스닥시장은 10%)인 기업을 공표하는 제도다. 이날부터 일부 증권사 앱에선 이들 기업 옆에 ‘저PBR’이라는 태그가 붙었다.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을 공개해 망신 주기) 방식이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의 평균 PBR은 약 0.25배로, 국내 증시 상장사의 평균 PBR(약 1.8배)을 크게 밑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들 기업의 가치가 장부상 순자산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저PBR 공표 제도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저PBR 기업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술적으로 PBR을 올리려면 자사주 매입·소각, 현금배당 등으로 자산을 줄이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시장 수급상 시가총액이 같이 줄어들면 PBR 개선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단기간 내 주주환원에만 자금을 쏟으면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등 장기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도가 기업 망신 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