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주택가에서 미라화된 시신으로 발견된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사망 전 병원비를 내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퇴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살던 동거인은 이미 강제추방된 상태로, 경찰은 남성의 퇴원 이후 행적과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구로구 시신 유기 사건과 관련해 "8월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이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남성은 지난 8월 15일부터 31일까지 지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이후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중국 국적자로, 2022년 1월 체류 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국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생활하던 동거인 역시 불법체류자였다. 동거인은 남성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기간 강제추방돼 출국했다. 경찰은 동거인이 사망 당시 국내에 없었던 만큼 사망 경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남성이 퇴원한 뒤 어떤 경위로 거주지에 돌아왔는지, 평소 생활하던 방이 아닌 옆 빈방에서 시신이 발견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검은 진행됐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 청장은 고립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최종적으로 사인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며 "지금은 결과를 예측해 말씀드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쓰레기 배출 장소에서 비닐과 신문에 싸인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미라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60대 남성과 이를 지시한 혐의로 80대 다세대주택 집주인을 긴급체포했다.

두 사람에게 각각 시체유기와 시체유기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9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80대 집주인은 시신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60대 남성 역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인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머물렀던 주택은 건축물대장상 1가구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19개 방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도 건물 밖에 설치된 공용화장실 한 곳뿐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망 시점과 원인을 확인하는 한편, 퇴원 이후 행적과 시신이 발견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