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케이 에더먼트 부산 공장. 성상훈 기자
엔케이 에더먼트 부산 공장. 성상훈 기자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자리한 엔케이에더먼트 공장. 새롭게 들어선 생산시설에는 방산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기존보다 약 두 배 규모로 공장을 확장하는 한편, 군수 장비를 취급하기 위한 보안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공장 내부 사진을 촬영하더라도 보안 담당자의 검토를 거쳐야 할 정도로 관리가 엄격했다.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단순한 선박 부품이 아니다. 잠수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유압공급장치부터 이지스 구축함의 탄약승강기까지 군함 운용에 필수적인 장비들이다. 최근에는 국내 첫 이지스함 민간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잠수함의 심장 만든다"…국산화 기술로 방산 공략

현장에서 만난 원동진 엔케이에더먼트 대표가 가장 먼저 강조한 제품은 잠수함용 유압공급장치였다. 잠수함의 각종 장비에 유압을 공급하는 핵심 설비다. 원 대표는 "잠수함의 심장 같은 장치"라며 "심장에서 혈관을 통해 피를 보내듯 잠수함 내부의 여러 장비에 힘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소형화와 저소음이다. 수상함과 달리 잠수함은 제한된 공간에 장비를 설치해야 하고, 소음과 진동도 극도로 억제해야 한다. 원 대표는 "작고 강하고 조용한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엔케이에더먼트는 해외 기술협력으로 시작한 유압공급장치의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아직 영국산에 의존하는 일부 펌프도 국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에는 수십억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이다.

잠수함의 방향과 심도를 조절하는 타기구동장치도 주력 제품이다. 높은 수압을 견디면서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장비로, 회사는 장보고-Ⅲ 배치Ⅱ에 적용되는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수상함 분야에서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들어가는 탄약승강기를 국산화했다. 함정 내부에서 무거운 탄약을 운반하는 설비로, 과거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분야다. 상륙함에서 장갑차 등을 싣고 내릴 때 사용하는 유압식 램프·게이트 시스템도 공급한다.

기술력의 뿌리는 모회사 엔케이가 40년 넘게 축적한 고압용기와 선박용 소화설비 기술. 압력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극한 환경에서도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노하우를 잠수함과 수상함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별도 방산 계열사로 출범한 엔케이에더먼트가 공장을 확장하는 것도 늘어나는 군수 장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원동진 엔케이에더먼트 대표. 엔케이 제공
원동진 엔케이에더먼트 대표. 엔케이 제공

군함 만드는 데서 고치는 데까지…MRO 신사업 진출


엔케이에더먼트가 새롭게 공을 들이는 분야는 함정 MRO다. 최근 한화오션이 수주한 약 400억원 규모의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창정비 사업에서 약 103억원의 정비 물량을 확보했다. 기자재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핵심 협력업체 역할을 맡았다. 주부식 및 탄약승강기 정비, 선체와 실내 도장, 외부 갑판 설비 정비·교체, 선박안전법상 정기검사 등이 주요 업무다.

원 대표는 "앞으로 나오는 MRO 사업은 과거처럼 작은 장비를 고치는 게 아니라 배 전체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흐름을 읽었다"며 "이를 위해 1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비기술만으로는 대형 군함 MRO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장비를 교체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형상통제와 복잡한 원가정산 등 방산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케이에더먼트는 10~15년 이상 방산업무를 경험한 전문인력을 확보해 이 같은 역량을 갖췄다.

원 대표는 이번 사업의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첫 대형 함정 정비사업에서 실적을 확보하면 앞으로 이어질 후속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의 후속 정비사업 규모를 약 5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8~2029년에는 장보고-Ⅲ급 잠수함의 대규모 창정비 사업도 예상된다.

해외시장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엔케이에더먼트는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서 추진하는 함정 건조사업에 소화설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HD현대중공업이 협력하는 무인수상함에도 고정식 소화설비 납품을 마쳤다. 향후 국내 조선사들의 잠수함 수출 확대에 맞춰 유압공급장치와 각종 기자재 공급도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